미국 구경하기

미 항공우주국 NASA에서.

김 정아 2004. 3. 19. 02:27

3월 16일 화요일

봄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어딘가에 한 번은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아 고민하다 NASA에 가기로 했다.

 

휴스턴에서 유명한 곳으로 따진다면 한 손가락에 나사를 꼽을 것이지만 아직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남편은 이미 여러 차례 와 본적이 있어 나사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모두를 실제 나사는 별 볼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는 꼭 한 번 들러 봐야 할 것 같아서 선아 가족과 함께 길을 나섰다.

 

남편들은 직장에 나가고 없으니 어차피 운전은 선아나 나 중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부담감이 큰 것 외엔 마음이 조금 설레기도 했다.

 

NASA 가는 길을 알아두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운전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자청해서 내 차를 타기로 했다.

 

고속도로를 두 번이나 바꿔 가며 조심스럽게 운전해 나사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가지지 말라고 해 별 기대 없이 갔는데도 나사 건물 자체에 정말 실망스러웠다.

 

나사를 상징할 만한 멋진 조형물이 세워진 것도 아니고 가건물 비슷해 보이는 조그만 건물 앞에 사람들은 표를 사려고 장사진을 이루고 서 있었다.

 

다행히 우리 영어 선생님 숀이 50%할인 쿠폰을 주어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표를 끊고 들어가니 봄방학이라서 그런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조금 지루한 듯한 우주선에 관한 필름을 보았다.

 

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여러 장면들과 우주선 앞에 크게 USA라고 써있고 그것을 보고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30분쯤 기다려 나사 건물을 벗어나 어딘가로 가고 있는 버스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우주 비행사들이 달의 중력과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넓은 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주비행사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사항이 바로 튼튼한 체력이어서 정해진 훈련 계획에 따라 비행 복장 비슷한 걸 입고 들어가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큰 아이는 그걸 보더니 나도 우주비행사가 되어 이곳에 반드시 다시 와서 저 수영장에 들어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해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온 보람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본부에 들어 가 뉴스를 한 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MARS에 관한 슬라이드와 관계자의 브리핑을 들었다.

 

난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었지만 나중에 원석이는 매우 중요한 과학적 지식을 배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주선 모형을 오가며 우주 비행사가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를 엿보기도 했다.

 

한 가지라도 더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니긴 했어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폐관시간이 되어 버렸다.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다시 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라 해도 별 아쉬울 것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광대한 영토, 무궁무진한 자원으로 우주의 역사까지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난 나사에 대한 감동보다는 내가 그 먼 길을 운전하고 갔다 왔다는 게 더 신기하다.

 

예전에 이곳에 온지 사 개월 만에 BUSH 공항에 갔다 길을 잃고 헤매다 집에 찾아왔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하다.

더 이상 미국 생활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은 자신만만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고속도로에서 집 찾아왔는데 더 이상 겁 날 게 무엇이냐라는 당당함.

 

오늘도 깜깜한 밤에 고속도로를 두 번이나 바꿔 타며 집에 왔는데 그런 내가 어디인들 못 갈까? 하는 대책 없는 자부심이 나를 무척이나 기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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