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스페인과 인디언 역사의 현장, 알바커키에서

김 정아 2003. 12. 14. 01:12

11월 28일 금요일

Holiday inn에서 아침을 먹고 Las Cruces의 다운타운을 찾아갔다.

Las Cruces라는 이름의 유래는 아파치 인디언이 스페인 상인들을 매복, 습격한 후 시체들을 버리고 갔는데 뒤따라 오던 다른 상인들이 시체들을 묻고 무덤에 십자가를 세웠는데 스페인어로 Las Cruces는 십자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뉴 멕시코의 남부도시이며 리오그란데 강을 끼고 있다.

뉴 멕시코 주 자체가 원래 멕시코 땅인 것을 미국과 전쟁을 치른 후 미국 땅으로 넘어간 것이어서 멕시코 냄새가 진하게 풍긴 이국적인 땅이기도 하다.

농가의 흙벽돌집에 슬레이트 지붕을 이은 집들이 어찌 보면 한국 느낌이 풍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행운이 온다는 소리를 어디에선가 듣고 아이들은 신나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러 다녔다.

Las Cruces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한 유서 깊은 성당 앞에서 아이들은 성당 구경할 생각은 안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 너무나 우스워 보였다.

그러나 그 긴 여행에도 곧잘 참아준 것이 고마워 나무라지 않고 우리도 동참해 주었다.

다시 25번 국도를 따라 엘바커키에 도착했다.

엘바커키는 뉴멕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남북으로는 리오그란데 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Sandia 산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이 지역은 멕시코에서 시작되는 중요한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이후 산타페 통로의 교역량이 점차 늘어나고 정착민이 많이 유입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스페인과 인디언 문화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처럼 황토 빛 건물들과 쇼핑 센터들이 처음 보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Old downtown을 구경하고 박물관에 갔다.

우리 아이들과 난 박물관 구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수집되어진 물건과 박제되어진 물건 속에 역동감이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좀 따분하기도 하다.

여러 사람의 의견에 떠밀려 들어가 행성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비디오를 보며 너무 피곤해서 졸았는데 간간히 살펴보니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은 8명 중에 나연이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모두 졸고 있다. 원석이는 코까지 곯아가면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나머지 전시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나와 버렸다.

돈만 낭비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뺏기고.

발길을 서둘러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Sandia 산을 향해 올라갔다.

휴스턴보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온 지점이라 바람과 날씨가 한 겨울이다.

케이블 표를 사고 시간을 기다리는데 안내 판에는 날씨가 추우니 두꺼운 외투를 준비하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 있었다.

케이블카에 오르니 산 동쪽에는 하얀 눈이 내려 쌓여 있고, 서쪽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이 온 몸을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어찌나 뾰족뾰족한 모습인지 가슴이 철렁할 지경이다.

산 정상에 오르니 곳곳에 쌓인 눈이 반갑게 다가온다.

작년 이월 한국을 떠난 뒤 처음 만나는 눈으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잔설들을 만지고 다닌다.

그 아래로 스키장의 리프트들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빽빽한 나무 숲들이 밀림을 연상하게 한다.

벌써 날은 어두워지고 편도 20분 정도 걸리는 케이블카 아래로는 엘바커키의 아름다운 야경들이 내려다 보인다.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해를 원망하며 다시 운전해 산타페의 근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눈을 감은 사진이 많으니 인물은 보지 마시고 배경만 봐 주세요.
맨 윗사진은 라스 크루스의 역사와 더불어 세워진 오래된 성당이고 , 뉴 멕시코의 상징인 칠리라고 불리는 고추도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