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알라바마의 몽고메리-그들 눈에 우리는 너무나 이상하게 생긴 동양인.

김 정아 2003. 9. 22. 06:56

8월 1일 금요일

주룩주룩 비가 내려 운무가 하얗게 낀 산길을 따라 6시 40분쯤 북 캐롤라이나를 거쳐 동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smokey mountain을 향했다.

스모키 마운틴을 경유하는 산맥에 들어서니 맑은 강줄기가 흐르면서 날씨가 싸늘해졌다.

공원에 들어가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강가에 들어가 작은 돌멩이를 줍느라 차가운 물 속에서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그리고 산맥의 한줄기 정상의 dome에 올라갔으니 비로 인해 진해진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0.5마일을 힘겹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로 인해 온몸이 다 젖어 버렸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의 그린빌이라는 작은 도시로 정하고 하염없는 운전을 계속했다.

몽고메리는 그룹내 자동차 공장이 대규모로 건설되는 곳이다.

길거리의 커다란 광고판에는 산타페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고 3킬로에 걸쳐 길을 닦고 공장의 건물
들이 차례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 시간 가량 아래쪽으로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알라바마주 자체가 미국 전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 중의 하나인데 자동차 공장, 모비스 , 파이프공장 등을 세우면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면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큰 몫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남편과 휴스턴에서 같이 근무했던 과장님이 올 6월 이곳 그린빌로 발령을 받았다.

인구는 백인과 흑인의 비율이 반반 정도이고 다른 계통의 인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동양계통의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지극히 둔감한 내가 오늘 그린빌의 월마트에 가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우리를 쳐다보는데 왜 그럴까? 이상하다? 했는데 그들은 동양사람들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피부색이 하얗지도 않고 그렇다고 새까만 것도 아니고 그들 기준에 우리는 너무나 이상하게 생겼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과장님 내외에게 했더니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처음에 왔을 땐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도, 야채를 사러 마켓에 들어가도 모든 사람들이 일손까지 놓고 한참을 쳐다보았다는 것이다.

그린빌은 워낙 조그만 시골동네라 과장님은 이곳에서 유지 대접을 받는다며 농담을 한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해 공장을 지어주는 현대 그룹 직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고 한다.

집을 구하는데도 그린빌의 시장이 따라다니며 도와주었고, 그 집 아이들이 Y M C A 수영을 다니는데 지역 신문에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직원들의 부인들을 위해 시에서 예산을 내 영어 과외를 시켜 주기로 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과장님은 농담으로 같은 법인장을 하더라도 휴스턴 보다 여기 와서 하면 시장보다 더 높으니 우리에게 오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접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 해도 난 절대로 휴스턴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내 고민을 같이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언제든 한국말로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은 초기라 밤늦게까지 일하고 토요일도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남편에겐 토요일, 일요일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과장님 댁엔 미안하지만 이곳으로 발령 나지 않음에 안도와 함께 가슴을 쓸어 내리는데 .....

처음 몽고메리의 인사 발령 때문에 가슴을 졸였다.

휴스턴 법인 중 누군가는 몽고메리로 와야 하는데 난 제발 발령 나지 않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예전에는 한국 시장을 가더라도 아틀란타까지 두 시간을 운전해 가야했으며 지금은 사정이 나아져 몽고메리에 식품점 하나가 문을 열어 한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임을 알기 때문에 절대 오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과장님은 새벽 3시까지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