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김 정아 2003. 9. 22. 06:50

아침 8시에 출발해 1시 30분에 도착하는 보트 여행을 했다.

호수 양옆으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기암 절벽들은 애리조나주에서 시작해 끝도 없이 유타주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이제 그만 절벽과 바위기둥들 사이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하긴 우리가 지금껏 보고 다닌 것이 모두가 절벽과 사막과 바위들뿐이었다.

배 위에서까지.

하지만 그것들의 모습은 어느 한군데 같은 모습이 아니다.

한없이 다른 모습인지라 나는 결코 질리지도 시들하지도 않았다.

2시간 넘어 까지 운행한 배는 우리를 레인보우 바위에 내려놓았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거기 우뚝 솟아 있는 절벽은 과연 무지개의 모습 그대로였다.

큰 바위 중간으로 물길이 오랜 세월 흐르면서 가운데 바위를 뚫어 무지개 모양으로 바꾸어 놓아 버린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던가?

자연의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 장엄하고 위대하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했다.

무지개 모양의 꼭대기에 올라가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었다.

유타주의 자동차 번호 판에 이 레인보우 다리 모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을 정도로 유타주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다시 유람선을 타고 1시 30분에 부두에 도착해 바쁜 시간을 재촉해 우리는 다시 브라이스 canyon을 향해 애리조나를 떠나 유타주로 향했다.

유타주 역시 사막으로 둘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 말로만 들었던 사막이라는 것은 실컷 보고 다닌다.

수학여행도 아니고 단체 여행도 아니건만 욕심 많은 남편은 하나라도 더 보아야 한다며 길을 쉬지 않았다.

브라이스 canyon 입구의 레드 canyon 또한 오랜 세월 풍화에 시달려 깎이고 깎인 흔적들이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었고, 우리는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할 수 없는데 대해 무지 서운하게 생각했다.

드디어 브라이스 canyon의 표지에 항상 등장하는 브라이스 포인트에 도착했다.

마치 진시황의 무덤에서 나왔다는 토용들의 모습이 생각났고 그 아름다운 경치에 몸을 던져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공원은 언제 불이 났는지 이곳저곳 불에 탄 흔적들이 선명해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 가운데서도 생명을 자랑하며 뛰노는 노루의 모습에 안도를 받기도 했다.

2박 3일의 일정이 적당하다는 경치를 거의 30분만에 눈 도장을 찍으며 감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달래어 자이언 canyon을 향해 떠났다.

해는 서산에 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자이언을 안 들리고 갈 수는 없어서 시시각각 어두워 가는 해를 원망하며 자이언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 입장료를 받는 사람도 없고 우리는 마음이 급해 운전에 속도를 붙였다.

아! 이것은 또 무슨 장관이란 말인가?

그렇게 바위들을 보고 다녔건만 이곳의 바위들은 정말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의 필설로 다 형용하지 못함을 탓할 뿐이다.

길고 긴 바위터널 벽에는 가끔씩 구멍을 내어놓았고 그리로 들어오는 자연의 모습은 또 얼마나 위대했던가?

지는 해와 더불어 도로에서 올려다 본 바위들은 산 하나가 온통 절벽이며 그 사이사이 조그만 나무들과 굴곡이 진 바위들은 어느 누구의 그림에서조차 본적이 없을 정도로 신기함이 묻어 났다.

누가 내게 canyon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자이언을 꼽을 것이며 그 다음 브라이스, 그 다음 그랜드를 꼽을 것이다.

자이언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아침 한바퀴를 더 돌까 하다가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어두워 깜깜해진 자이언에서 다시 라스베가스로 차를 몰았다.

너무나 지쳐있는 남편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민망해져 억지로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가, 또 졸다가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가 넘었다.

멀리서 보이는 라스베가스는 수 십 마일에 걸쳐 반짝이는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그 황홀한 야경을 바라보면서 난 저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면서 갑자기 이 도시가 모래 속으로 가라 앉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들기도 하며 폼페이 최후의 날이 생각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