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팜 스프링스-야성을 잃어버린 코요테를 만나다.

김 정아 2003. 10. 3. 04:48

8월 31일 일요일

다른 가족들은 이곳에 온 적이 여러 번이어서 호텔에 남아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우리는 호텔 방에 죽치면서 수영장에서 보내기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 어서 국립공원에 가기로 했다.

10시 반쯤 한시간 가량 차를 타고 Joshua tree 국립 공원을 향해 호텔을 출발했다.

Joshua tree는 커다란 키로 자란 변종의 선인장으로 작은 사막 식물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식물이다.

도로 양쪽에 우뚝 서있는 Joshua tree는 그것만으로도 사막의 눈요기 감으로 훌륭하다.

Joshua tree입구에 들어서니 수많은 Joshua tree와 바위덩어리들이 어우러진 드넓은 공원이 우리를 반긴다.

넓직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산, 작은 돌멩이가 쌓여서 이루어진 산들과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무들이 기이한 풍경을 연출했다.

어떤 바위산 꼭대기엔 사람들이 올라가 높은 곳의 자연을 감상하는데 그 모습이 조그만 점처럼 보인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리 없어 차를 세우고 우리도 적당한 바위산을 찾아 오르기도 했다.

주위엔 각기 다른 모습들의 바위산과 Joshua tree 숲이 이어지고 우리는 한없이 이어진 도로를 따라 운전을 계속했는데 저 멀리서 움직이는 물체가 있어 속도를 줄이고 다가가니 야생의 코요테가 우리 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 코요테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이미 길이 들었는지 우리 차 주위를 돌고 돌며 애처로운 눈길을 우리에게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려 코요테를 잠시 붙잡아 두고 싶어해 망설이다 과자 하나를 던져주었다.

과자를 먹고 나서도 코요테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우리 차를 계속 뒤 따라 왔다.

다행이 우리 뒤에 따라오는 차를 보더니 우리 차 추격을 멈추고 속도를 줄인 뒷 차 주위를 빙빙 돈다.

우리의 실수를 실감했다.

우리처럼 먹이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기에 코요테는 야생의 성질을 잊어버린 것 같다.

Joshua tree 국립공원을 나서 우리는 팜 스프링 주위의 가장 높은 Mt. St. Jacinto State Park에 설치되었다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다시 한 시간 이상을 운전했다.

미국 내 가장 높고 긴 거리를 운행한다는 케이블 카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첩첩 산 속의 바위산들 속에 아랫부분은 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위로 올라가면서 나무의 종류가 달라지고 있었다.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 이럴까? 깎아지른 바위틈들 사이로 침엽수며 이름 모를 나무들이 뿌리를 박고 있었으며 계곡들과 낭떠러지들과 굴곡 진 바위들이 정말 장관이었다.

가을의 이곳 모습은 어떨까? 단풍 곱기로 유명한 설악산과 내장산의 모습을 닮았을까?

산 정상에 올라가니 저 아래 멀리 사막 속에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와 가로수와 거리들이 아득히 내려다보인다.

정상에 오니 아래쪽에서는 후덥지근하던 날씨가 서늘해지며 굵직한 침엽수들이 내뿜는 공기가 온 몸에 상쾌하게 감겨든다.

여름 휴가와는 달리 가까운 곳을 갔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와 더불어 몸도 피곤하지 않은 하루가 되었다.

내일은 노동절, 오후 4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우리는 팜 스프링을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 온종일을 휴스턴을 가기 위해 시간을 바쳐야 할 것이다.

이번 3박 4일의 연휴를 보내기 위해 사실 많은 경비를 지출했지만 결코 후회되지 않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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