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시아 친구들과 가진 점심 모임

김 정아 2005. 8. 30. 00:27


2005년 8월 26일 금요일

 

오늘 아시아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음식 하나씩 해서 돌아가며 한 집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아시안 클럽'의 날이다.

 

오늘은 베트남의 'Houng'의 집에서 모였다.
우리가 헝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일에 성의가 있기 때문인데 오늘도 음식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우리가 만들어간 음식은 거의 그대로 남았다.
집주인은 밥과 과일만 준비하기로 했었는데 헝은 쇠고기와 새우등을 곁들인 스프링 롤을 준비해 놓았다.
소스나 밑간을 한 것이 아시아인들의 취향에 딱 맞아 먹는데 열중하느라 한동안 말이 없을 정도였다.

 

멤버가 세 명이나 빠져 썰렁하더니 모임이 끝날 때쯤 일본의 구미코와 그보다 늦게 싱가포르의 도리스가 도착했다.

 

구미코는 오늘 지역 교육구의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이웃 고등학교에 방과 후 수업으로 일본어 반이 있는데 그 곳의 일본어 선생님을 하고자 지원했고 오늘 인터뷰를 보고 왔다고 했다.
우리는 구미코의 영어 실력을 알고 있다.
나보다 조금 빨리 미국 생활을 시작했으나 엄청난 노력으로 영어가 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었는데 교사 시험에 도전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지원한 학교의 17명의 학생 중 3명은 동양인이고 나머지는 미국 아이들이라고 했다.
일본어 수업이지만 거의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데 미국 생활  만 3년 조금 지난 지금 그런 일을 시도하다니 난 그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
"너 인터뷰하는 사람들 말 다 알아들었어?" 했더니 "거의 알아들은 것 같애"라고 한다.
나라면 대답은커녕 질문조차 못 알아들었을 텐데.
내 주위에 이런 훌륭한 친구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다음 주에 발표가 난다는데 구미꼬가 꼭 합격되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하지만 난 그것과 별개로 마음이 너무 엉망이 되어 버린 하루였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와서 내가 하는 영어와 구미코의 영어는 왜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가?'
'미국에 살면서 구미코가 영어를 잘 한다면 내가 구미코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지며 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 작아지는 내 모습을 오랫동안 느꼈다.
앞으로 한동안 난 우울함에 빠질 것 같다.

 

*태국 완타니가 준비한 음식. 홍합에 여러 야채를 섞어 버무렸어요.


 

*제가 만든 베이컨, 아스파라가스 말이.


 

 

*대만 실비아의 땅콩, 닭고기 볶음.

 

*한국 친구 태희가 준비한 새우, 소라 ,야채 볶음


 

*대만의 티나가 준비한 땅콩과 닭고기 볶음. 땅콩 들어간 음식이 고소하고 밥 반찬으로도 아주 좋더라고요.


 

*싱가포르의 도리스가 가져온 양파, 피시소스 무침. 양파의 아린 맛이 하나도 없어서 고기와 먹을 때 아주 제맛이 나더군요.


 

*현희 언니가 준비한 모듬 전.


 

*왼쪽은 실비아의 딸, 오른쪽은 완타니 딸.작년에 태어났어요. 너무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