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한바탕 난리를 친 후에야.

김 정아 2024. 2. 29. 10:19

2024년 2월 28일 수요일

 

가게 운영은 전적으로 내가 하지만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은 가끔 남편이 와서 도와준다.

냉동실에 전등이 안 들어온다던지, 밖에 나무가 너무 커져서 잘라야할 때, 에어컨이 작동이 안 될 경우에는 남편이 와서 상태를 점검한다.

초기에는 남편이 자주 가게를 왔지만 남편이 오는 것을 내가 싫어하기도 하고, 딱히 남편이 도와 줄 일이 없어 요즘은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 가게를 할 때 남편은 뭐든 새것, 새로운 것을 하기를 원했다.

휴스턴 지역에서 거의 처음으로 디지털 메뉴 보드를 설치했고 5년 전에는 코카 콜라 기계를 '프리 스타일' 이라는 것으로 바꾸었다.

직사각형의 조그만 카트리지가 19개 정도 되는데 그것을 넣으면 음료수 종류가 거의 100개 정도가 된다.

예민한 기계이고 디지털이어서 난 그것을 설치하는 게 참 맘에 안들었다.

일반 콜라 기계는 임대료를 본사에서 내 주지만, 이 프리 스타일은 한달에 140불 정도를 우리가 부담해야 하기도 해서 나는 강력하게 반대를 했지만 뭐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꺾을 수 없어 드라이브 뜨루는 표준으로 하고 로비것만 바꾸기로 했다.

 

처음 2년 정도는 다 제대로 작동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이어트 음료를 만들어 주는 시럽이 새서 2일에 한 번 꼴로 바꾸어 주어야 했다.

보통 한 번 바꾸면 15일 넘게 쓰던 것을 이틀에 한 번씩 바꾸려니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서 테크니션들을 20번도 넘게 불러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다 되었다고 하는데  다음 날에 다시 새기를 반복했다.

더 이상 나도 서비스 콜을 부르기도 너무나 지쳐 버렸다.

 

고치지도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파는 지 정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다시 원래 표준 제품으로 돌아가려고 알아봤더니 우리가 계약한 기간이 5년이라는 것이다.

5년 전에 파기를 하면 벌금을 엄청 물어야 된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쳐다도 보기 싫은 제품을 안고 살았는데 드

디어 올 1월 28일에 만기가 되어 표준기계로 돌아가겠다고 문서를 작성을 하고 2월 28일에 새 기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일하는 게 개판이고 한 번에 뭐든 제대로 끝내 주는 게 없어' 이번엔 뭐가 문제가 되려나  오늘 안 되면 어쩌지' 하면서 대안으로 캔으로 된 콜라, 사이다, 닥터페퍼, 다이어트 콜라를 사다 두기도 했다.

 

어제 이메일이 왔는데 읽어보니 기계를 못 받아서 설치를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뭐가 하나 삐긋해야지',

그런데 이건 너무 화가 나는 일이어서 이 메일로 아주 난리를 떨었다.

'내가 날짜를 받은 것이 무려 한 달 전인데 하루 남겨 놓고 못 온다는 게 나를 너무 화가 나게 한다.

내 가게는 프리스타일에 들어가는 카트리지가 하나도 없고, 가게가 바빠져서 나는 그 기계가 없으면 장사를 못 한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다' 라고 보냈다.

 

너무 화가 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

2월 초까지 한가하던 가게가 지난 주 부터 엄청 바빠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빠지니 직원들도 당황해서 실수도 많이 하는데 거기에 음료수를 직접 따라 주면 가게는 아주 난장판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드라이브 쓰루 음료수대에서 손님들의 음료수를 따라주는 직원 하나를 더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커피나 한 잔 하고 출근하려고 느긋하게 있는데 아침 9시에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코카콜라 직원 두 명이 왔다는 것이다.

어제 이메일로 난리를 쳤더니 없다던 기계를 가지고 와서 바꾸고 있다는 전화였다.

내가 어제 그 메일에 ok라고 보냈다면 아마도 안 왔을 것이다.

가게 가서 그 직원들에게 오늘 못 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왔냐고 했더니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곳으로 가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본사에서 그 곳 말고 우리 가게로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는 우리 속담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여하튼 그 공사는 점심 시간을 지나 오후 1시 30분에 끝나서 점심 시간도 손님들 음료수를 따라 주어햐 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앓던 이 같던 콜라 기계도 바꾸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

 

*프리 스타일 기계입니다. 오른 쪽으로 19칸에 카트리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19개 카트리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라 아니라  뭐가 떨어졌다고 하면 바꾸어 주어야 해서 손이 많이 갑니다.

바쁜 점심 시간에 뭐가 떨어지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됩니다.

 

*저런 카트리지가 19개가 있습니다. 오더하는 것도 아주 복잡했지요.

 

*드디어 이렇게 표준 기계로 바꾸었습니다. 역시 아날로그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