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애 먹였던 우리 집 가전들

2022년 12월 23일 금요일

이사 와서 보니 낯선 게 참 많았다.
최신 시설이 많이 내장 된 집인데 아직 못 쓰고 있는 기능들이 참 많다.
집안의 스피커 시설이나 영화관의 오디오 시스템, CCTV기능, 청소기능등도 아직 작동을 못 하고 있다.
통합 Home automation 기능인데 여러 군데 업체에 전화를 해서 견적을 받아 갔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다.

그런 것과 달리 처음에 이 집에 이사를 와서 밥을 하고 요리를 해야 해서 cook top을 쓰려는데 도대체 불이 켜지질 않는 것이다.
남편과 둘이 켜 보려고 아무리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고 애를 써도 안 되어서 일주일 넘게 휴대용 부탄 가스로 음식을 해 먹었다.
분명 이 기능들은 다른 것 보다 돈을 많이 주고 설치를 했을 것인데 일반 개스렌지로 바꾸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집에 다니러 온 딸아이가 보더니 이것을 사용하는 전용 냄비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일반 냄비로는 조리가 안 되는, 인덕션 용을 써야 한다는 것이어서 급히 전용 조리도구 몇 개를 사와 서 보니 화력이 엄청나게 좋은 것이어서 순식간에 물이 끓고 조리가 되었다.
장점은 조리 중에도 인덕션 표면이 하나도 뜨겁지가 않아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것이고 ,청소가 정말로 편하다는 것이다.
그냥 평면이어서 국물이 넘쳐도 닦아 내기가 정말 쉽다는 장점이 있는데 큰 단점은 전용 냄비들을 사는데 엄청난 돈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써 왔던 멀쩡한 팬이나 남비들을 하나도 쓸 수가 없어 깨끗한 것들은 우리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새 집에 왔으니 커피 메이커도 새걸로 바꾸라 해서 400불이나 들여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으로 하나 사왔는데 아무리 해도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며칠을 두고 남편과 같이 씨름을 해도 커피가 내려오지 않아 마침 다니러 온 딸에게 물어봤더니 아무래도 뭔가 하자가 있는 제품인 것 같으니 새 것으로 다시 교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매장에 가져갔다.
직원들이 시험을 해 보더니 역시 작동이 안 되니 새것으로 교환을 해 주겠다고 했다.
일주일 후에 새 것이 와서 작동을 시켜 보니 이것은 아주 잘 되었다.
예비 사위가 탐내는 것으로 이것 역시 표면에 열 전달이 안 되어 커피 주전자나 주전자 놓는 바닥이 뜨겁지가 않아 아주 안전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뭐 이런 게 다 있어 ? 커피 주전자가 뜨겁지도 않고 바닥도 보온이 안 되는 것인데 왜 이리 비싸?' 했는데 쓰다 보니 참 안전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아주 애용하던 제품이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던 아주 간단한 제품이라 좋아했는데 이제 펜트리로 들어갔다.

2주에 한 번 오던 청소 아줌마가 이제 3주에 한 번 오겠다고 한다.
이렇게 넓은 집을 청소하기엔 자기도 힘들고 토요일엔 애들도 집에 있어서 2주에 한 번 오기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그 사이엔 내가 청소를 해야 해서 남편한테 로봇 청소기 하나를 사달라고 했다.
한번 작동을 시키면 거의 3시간을 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가끔만 작동을 시키고 다른 청소기로 내가 밀고 다닌다.
작동을 아주 잘 하던 아이가 언제부터 영어로 뭐라 뭐라 하면서 움직이질 않는다.
오늘도 작동을 시켜 보려고 했는데 여전히 뭐라고 하면서 그대로 있는데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어보니 " empty the bin" 이라고 하는 것 같다.
어? empty the bin? 먼지 주머니를 비워 달라는 거야? 하고 본체를 보니 먼지 주머니가 꽉 차 있는 것이다.
고장 난 줄 알았는데 먼지 주머니를 비워 주고 나니 열심히 다니면서 청소를 하고 있다.

10년 전에도 로봇 청소기를 썼었는데 그 땐 편한 줄 몰랐다.
그런데 그 사이 기술이 진화 해서 길 찾아 자기 집에 들어가서 자기가 청소한 먼지를 스스로 큰 통에 넣는다
나는 그 통만 비워주면 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집을 찾아 들어가 먼지를 큰 통에 비운다.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이제 새로운 제품들을 보면 한참 공부를 해야 한다.
사실 설명서 읽기도 눈이 침침하니 이렇게 구세대가 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