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20년 살았던 집을 떠나다.

김 정아 2022. 10. 19. 05:56


2022년 10월 14일 금요일

지난 8월에 갑자기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딸 아이 결혼을 앞두고 보니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올 것인데 호텔에 묵게 할 수 없어 좀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남편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번 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많이 봐서 집에 투자하면 그래도 안전할 것 같아 나도 이사를 가자는 말에 동의를 했다.

그 돈을 잃지만 않았어도 준재벌(?) 소리를 들었을 텐데 긴 인생의 여정 중에 이런 일 저런 일 겪는게  당연한 일이니 딱히 아쉬움은 없다.
그래서 이왕 갈 것 새 집으로 가자 해서 몇 집을 보았는데 자재 값이 많이  뛰어 새 집의 마감재 같은 게 집 값에 비해 너무 질이 떨어졌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어 5년 정도 된 집을 고르자 해서 택한 집이다.
처음엔 수영장이 있어 딱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조경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아졌다.
목요일에 키를 받고 금요일에 이사 짐을 옮겼고 가게를 며칠 쉬면서 정리 중이다

금요일에 마지막 짐을 정리하며 떠나는데 뭔가 울컥 마음 속에서  올라왔다.
주재원 남편 따라 와서 4년만 살고 가려고 작은 집을 사서 2002년 6월에 이사를 했다.
4년만 살겠다는 계획이 무너지고 20년을 산 집이다.

초등 3년을 마치고 온 큰 아이, 유치원 다니던 작은 아이가 이 집에서 미국의 역사를 시작했다.

두 아이 다 의사로 성장했고 ,남편의 사업은 부침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재원 후배들이 가장 부러워 한다는 선배가 되었다.
작년엔 위암 수술을 해서 인생의 혹독한 시기를 거쳤지만 초기에 발견해 방사선 치료도 ,항암 치료도 하지 않았으니 그 또한 다행이면 다행이다.
나 역시 이 집에서 10년간 아이들을 키워 내고 ,그 이후 가게를 오픈해  남편으로부터 완벽한 경제적 자립을 했다.

우리 가족들 모두  그 나름대로 각자 최선의 위치에 있게 해 준 이 집을 떠나는 게 아쉽고 아쉬워 몇 번을 빗자루 질을 하며 안녕을 고했다

*원석이 방이었어요. 슈가가 블라인드를 뜯어 먹었어요.

슈가와 함께 이 방에서 함께 뒹굴고 구르며 수의사의 꿈을 가졌지요.
몇 가지 손 보고 렌트를 내 줄 생각입니다
가족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 팔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여기는 나연이 방이었습니다. 고집 센 아이가 이 방에서 의사가 되리라는 꿈을 이루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터디 룸입니다. 보통 제가 이곳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곳으로 이용했었지요.

*주방입니다. 음식 솜씨 없는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안방의 옷장

*마지막을 마음 속에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습니다.

*여기는 안방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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