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허리케인 하비 -피난과 복귀

김 정아 2017. 8. 31. 07:09


2017년 8월 30일 화요일

아슬아슬하게 며칠을 버텨왔다

폭우가 쏟아진 지 며칠이 지났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절친의 집이 물에 잠겨가고 그것을 바라보고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에 눈물만 났다


이미 도로는 흙탕물이 가득하고 차로는 나올 수가 없어 자원봉사자의 보트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보트를 두 번 바꾸어 타고 간신히 피신 할 수 있었다

맘을 놓고 있었는데 우리 지역의 댐 두개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피신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동네를 돌아보니 아뿔싸 바로 길 건너 타운 하우스는 물이 들기 시작하고 새로 지은 뒷 동네는 어느 사이 물이 반이 차 있었다

동네 길가에는 경찰차가 줄 지어 서 있고 상공에는 헬기가 떠 다니고 군 트럭이 와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불안했다


마지막까지 안전한 보루라고 생각했던 내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가기로 맘을 먹고 집에 돌아와 속옷 몇 가지만 챙겨 급히 오스틴으로 떠났다


언제 물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완전히 마음이 떠나지 못해 계속 앞집에 남아 있는 사람과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늦은 밤까지 이상이 없다고 했다

오랫만에 숙면을 취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새벽에 다시 문자를 하니 '우리 동네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하느님 이렇게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들고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렇게 신의 보호 속에 안전한데 다른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가까운 지역의 쇼핑몰입니다.  저렇게 잠겨 있습니다.



 친구 집 앞 도로입니다. 저런 작은 보트로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이곳 역시 원래 호수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 다녔던 초등학교 주택가입니다.

 

한국인이 살고 있는 주택앞입니다.

 

친구가 타고 나온 구조 보트입니다. 저 분들은 다른 도시에서 자원 봉사로 보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동네를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큰 소리로 도움 필요한 사람 없느냐고 하며 사람들을 구조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다른 상가에서는 흑인들이 떼지어 몰려 다니면서 망치로 가게 문을 부시며 물건을 약탈해 가고 있습니다. 비디오를 보니 끔찍 하더군요.

 우리 옆 동네 타운 홈입니다 바로 길 건너에 있는데 저렇게 물 차오는 것을 보고 더럭 겁이 났습니다.

 호텔에 피난해 있다가 집이 온전하다는 소리를 듣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 장 찍었습니다.

 수재민이 될 뻔 했던 아찔한 상황을 벗어나서 호텔 안에서 우아한 조식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오늘 아침에 친구가 제 집에 가서 찍어 보내준 사진입니다. 호텔에서 이 사진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지요.물기 없이 매마른 땅이 너무도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