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허리케인 하비는 휴스턴을 거대 호수로 만들고...

김 정아 2017. 8. 29. 02:53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밤이 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져 아는 이들의 집이 한 두 집씩 침수 되어 갔다.

그들의 절규를 들으니 내 공포감도 점점 커진다.

남편은 어제 막힌 고속도로를 돌고 돌아 공항에 가서 LA로 출장을 떠났다.

혼자 있는 나는 그 공포를 온전히 홀로 견뎌야 했다.


폭우가 쏟아 붓는 시간에 거리의 물들이 현관문 바로 앞까지 쳐 들어와 조마조마하게 심장을 옥죄어 오기도 했다.

다이닝 룸에 있는 식탁에 의자를 올리며 이 시간들을 두려움 없이 이겨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저수지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들 공포에 떨어야 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새벽을 맞았는데 아랫동네는 저수지 수문을 열어 상황이 더 악화 되어 있었다.

이미 도로는 물에 잠겨 걸어서도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 왔고 우리 성당 멤버 집도 뒤의 도랑이 넘쳐 탈출할 수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이층에 올라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인회에서도 구조활동을 하는데 도로의 기능을 마비한 상태에서 보트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한 대 밖에 없어 그것도 힘든 상황이다.


아침이 되면서 내 마음은 도로의 물 빠짐과 더불어 평안해졌는데 난데없이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방송을 하고 다닌다.

다가가가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보니 이쪽 홍수 발령지역이니 대피를 하라는 것이다.

또 철렁 가슴이 무너진다.

어디로 대피를 할 것인가? 집 밖으로 나가야 안전한 도로도 없을 것인데 남편도 없는 이 상황에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성당에서 같이 봉사하는 젊은 친구 집 앞입니다. 이미 집 앞 도로는 잠겼고 어떻게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차가 아닌 보트가 운송 수단이 되었습니다. 저 집은 보트라도 있어 어디 탈출 할 수 있겠지만 저것을 소유한 집은 극소수겠지요. 저 친구 집이 안전하길 기도해 주세요.


*우리 지역의 공항입니다. 비행기도 날개만 내 놓고 물에 잠겼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더 공포스럽네요.



*물이 빠진 평안한 우리 골목에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방송합니다. 마음이 다시 흔들립니다.

이 엄청난 폭우에도 단전 , 단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축복받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밥도 먹고 빨래도 합니다.

옆에 타운 하우스에서는 학교 버스가 와서 사람들 실어 나른다고 하네요. 저도 이제 피신합니다.

바로 제 옆 동네여서 상황은 똑 같지만 거기는 여럿이 같이 있으니 맘이 좀 나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아직 전기가 있으니 업데잇은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