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당찬 거야? 냉정한 거야?

김 정아 2014. 6. 9. 10:08

2014년 6월3일 화요일

집에 돌아오니 나연이 울상이 되어 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세탁소에서 프럼 때 입었던 드레스를 완전히 망쳐 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 남편의 옷을 찾으러 갔는데 종업원이 "니 딸이 드레스를 맡겨 놓았는데 드라이 크리닝을 하면 비즈가 다 떨어지는데 어떻게 할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세탁비를 낼 것도 아니고, 내 옷도 아니니 내 딸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봐라. 난 모르겠다" 하고 나와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늘 나연이 자기 드레스를 찾으러 갔는데 비즈가 다 떨어져서 더 이상 못 입게 만들어 놓았고 나연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  옷이 왜 이러냐고 물었다

 

그런데 주인이 네 엄마한테 말을 다 했다고 하더란다.

"그 옷 주인이 난데 왜 엄마한테 그 말을 하냐"며 서로 안 좋은 대화가 몇 마디 오고 갔을 것이다.

 

그러더니 주인이 세탁비가 23불인데 우리가 잘못 했다며 세탁비를 안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연이 입장에선 비싸게 주고 산 드레스이고 수선비도 자그마치 100불이나 주었고, 자기가 맘에 들어하던 옷인데 더 이상 입을 수 없어 너무 속이 상해서 그것으로는 안 되고 드레스 가격의 삼분의 일인 100불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주인이 잠시 망설이더니 100불을 주어서 받아 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원석이 옆에서 " 나연이 참 냉정하고 무서워" 한다

나는 "뭐가? 당연한 것 아니냐? 아끼는 옷을 망쳐 놓았으면 당연히 보상을 해 주어야지"

 

그리고 뒤돌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연의 행동이 정당한 건지,아니면 정말 냉정한 건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것 같진 않다.

세탁소 주인도 비즈가 떨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나 또한 내 딸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말했었다.

나연이도 세탁비를 안 받는 것으로 그 일을 상쇄시키기엔 너무 맘이 아프니 차선책을 제시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고슴도치 엄마인 나는 자꾸 " 나나 원석이 같았으면 세탁비 안 받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냥 yes, yes하면서 나왔을 텐데 저 아이는 왜 이리 당찬 거야? 앞으로 세상 살아가면서 부당한 대우는 절대 안 받을거야. 나처럼 물렁한 엄마 밑에 어떻게 저렇게 대찬 아이가 나왔을까"하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 살면서 물론 손해도 좀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나연이도 손해를 봐도 즐겁게 감수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팍팍하게 인생을 사는 아이가 아니었음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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