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결혼 기념일에

김 정아 2010. 12. 3. 06:31

2010년 12월 1일 수요일

오늘은 우리 부부의 결혼 19주년이 되는 날이다.

 

 

첫 눈에 반하지도 않았고 ,5개월여의 연애 기간 중에도 뜨거운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하루라도 안 보면 미칠 것 같은 조바심도 없이 무덤덤한 감정으로 결혼을 했다.

무덤덤한 감정은 19주년을 맞이한 오늘까지도  변함없는 느낌이다.

아마 부부로 사는 동안은 큰 감정의 기복 없이 그냥 이렇게 살 것 같다.

 

오늘 아침 남편은 꽤 많은 현금을 건네며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했다.

자기가 바빠서 같이 가주지는 못하니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라했는데 돈을 주어도 명품이라는 것에 별 관심도 없어 집 가까운 곳에 가서 핸드백 하나 사 왔다.

 

결혼 기념일은 서로 챙겨야 할 것 같아 " 당신 필요한 것은 뭐야? 내가 사줄께" 했더니 "나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고 당신이 내 곁에 오래 오래 있는 거야" 라는 닭살 멘트를 팍팍 날린다.

오래 살고 보니 별 일도 참 많다. 그런 립서비스도 할 줄 알고 말이다.

 

오후엔 원석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결혼기념일이지? 축하해요" 한다.

"너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까지 기억하냐? 고맙다" 했더니

"아니, 아빠가 엄마한테 결혼기념일 축하하라고 전화 하래. 근데 참 웃긴다.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은 둘이 서로 챙기면되지 나도 기억해야 되?"

"야, 임마, 결혼기념일이 없으면 니가 어떻게 생겨 났냐" 하면서 서로 웃었다.

 

언제 20년, 30년이 지나가나 했는데 세월은 거짓없이 흘러 이렇게 중년을 넘어가고 있다.

 

 색깔이 이뻐서 샀는데 잘 안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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