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김 정아 2010. 11. 18. 11:38

2010년 11월 17일 수요일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남편이 요즘 좀 이상하다.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 학교'라는 것을 수강하는 것 같은데 요즘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애정표현을 아주 진하게 자주 하는 편이고, 나한테도 예전에 안 보이던 모습들을 보인다.

사랑은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지 맘 속에 갖고 있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투정을 해도 '사랑해'소리에 아주 인색한 사람이 요즘 변해가고 있다.

휴대폰에 문자 메세지도 자주 오고, 나의 하루 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물어주기도 한다.

 

아주 작은 관심 하나에도 우쭐해지는 나를 보니 어쩔 수 없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나 또한 남편에게 더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며 남편에게 소홀했던 부분들을 반성하게 된다.

얼마 전엔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라는 장문의 이 메일이 왔다.

너무 사적인 내용이라 남편의 이메일은 공개할 수는 없고 (요점은 너무 무뚝뚝한 자신에 대해 나에게 미안하며 앞으로는 다가갈 수 있는 남편이 되겠다는 내용),답메일만 옮겨본다.

 

From: 김정아 [mailto:kja65@hanmail.net]
Sent: Thursday, November 11, 2010 5:49 PM
To: HHKIM
Subject: RE: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요즘 가끔 저를 감동에 빠트리는군요.

휴대폰의 문자 메세지를 통해서, 이메일을 통해서 말이지요.

 

돌아보면 정말로 아옹다옹 다투면서 살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납니다.

그래서 빨리 할머니가 되어서 희노애락의 감정 없이 목석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세상을 살면서 무엇보다 부부가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도 동감하지 못하고 살았지만,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남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요즘 조금은 하고 있답니다.

 

하루 하루 살얼음을 걷는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텐데 이런 메일을 보냈군요.

 

지난 20년을 아옹다옹 다투면서 살았다면, 앞으로 20년은 행복한 부부로, 더 남은 20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로 살게 될 것이란 희망 속에 삽니다.

 두 아이보다도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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