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김 정아 2010. 4. 20. 03:01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에어컨을 고치고 나서 바로 날이 선선해져서그 이후로  틀어볼 일도 없이 지내다가 엊그제 집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실내 온도가 높아진 것 같아 에어컨을 다시 작동을 시켰다.

실내 온도가 77도에서 틀었는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높아져 78도, 79도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결국 다시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다음날 다시 그 사람을 불러 보게 하였더니 컨베이어라든가 뭐라든가가 고장이 나서 에어컨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리비는 270불이나 주었는데 처음부터 에어컨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을 하던지 이제 와서 에어컨 전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이 나라 사람들은 손끝이 야물지가 않아서 뭘 고치고 나면 그 자리에서 해결 되는 법이 별로 없다.

며칠 후에 다시 고장이 나서 또 불러야 하고 , 정교하지가 않아서 쓰는데 불편은 없지만 미관상 맘에 안 들 때가 많다.

아무튼 그 멕시코 아저씨 말만 믿을 수가 없어 남편과 가까이 지내는 분께 물었더니 아무래도 새것으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소리를 하셔서 바꾸기로 했다.

하긴 이집에 산 지가 8년째, 집 지은지가 15년이 넘었으니 바꾸어 줄 때도 되긴 한 것 같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에어컨 때문에 속을 끓였는데 이 참에 바꾸기로 하고 멕시코 아저씨한테 에어컨을 사서 시공해 주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에어컨을 1000불을 주고 샀다.

1년간 어떤 문제가 있던지 부르면 바로 와서 AS를 해 주기로 했으니 에어컨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다.


오늘은 남편이 거래처 사람들과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고 저녁 준비를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중국 사장님은 육류를 좋아하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해물이나 채소로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어제 밤에라도 말을 했으면 메뉴라도 간밤에 생각을 했을텐데 아침에 성당 가는 길에 전화를 해 오니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운전하고 가면서 간신히 해물 중심으로 메뉴를 정하고 성당 미사가 끝나고 오후 2시에 한국 마켓에 가서 장을 봐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인원이 7명인데 해물 보다 삼겹살을 먹자고 하니 삼겹살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은 한 팩 뿐인데 그것으로 모자라니 한국마켓에 가서 삼겹살 장을 다시 봐서 준비를 해달라고 하니 '아내 길들이기'프로젝트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요?

음식을 하다 말고 마늘냄새 김치냄새 풀풀 풍기면서 바쁜 시간 쪼개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다시 허겁지겁 장을 봐왔다.

사람들이 도착했기에  일단 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내놓았더니 삼겹살은 안 먹겠다며 냉동실에 넣어놓으란다.

후~하고 한숨만 나온다.


나처럼 착한 마누라도 세상에 없을 것 같은데 남편은 여전히 이것 저것으로 나를 구박한다.

내가 마흔 다섯살만 넘으면 남편의 구박에 안 참는다고 선언을 했는데 그 나이가 넘었어도 여전히 남편의 말 한마디에 꼬리를 팍 내리고 사는 한심한 인생이다.

언젠가 뱀이 용을 이기는 날도 있을 것인가?(난 기가 센 용띠가 너무 싫다)

그런 날이 없을 것이라면 내 인생이 참 우중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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