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8일 수요일
38일간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의 대장정을 마친 아이가 오늘 드디어 휴스턴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아이를 만날 생각에 들떠 비행기 도착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빨리 공항에 갔다.
미혼시절 애인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더 들뜨고 설레이는 마음, 이런 것이 엄마 마음인가 싶어진다.
비행기가 제 시간에 왔다는 소식에 아이를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수속이 늦어지는지 시간이 지나도 나오질 않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더니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저쪽 게이트에서 아이가 나오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환하고 밝아보였다.
35일이 넘는 시간을 땡볕에 노출된 아이답지 않게 얼굴이 하나도 타지 않았고, 몸도 마르지 않은 상태로 돌아오니 난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돌아오면서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처음 10일은 너무 힘들어 하루 하루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며 걸었는데 그 이후로는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 길에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내면의 성장도 함께 한 아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된 아이가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스러워 등을 어루만졌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그 길을 걸어보고 싶고, 이런 여행의 기회를 준 부모님께 고맙다는 이야기도 했다.
부쩍 커서 돌아온 아이, 힘겹게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주님께 매달렸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이제 한달 후면 대학으로 , 낯선도시로 떠나겠지만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 이 배짱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돌아온 아이에게 어떤 유혹이 와도 아이는 가볍게 물리치리라는 자신감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내가 마치 800키로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것처럼 내 안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주님, 김원석 스테파노가 어른이 되어 휴스턴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긴 시간 아이와 함께 해 주시고, 가는 걸음 걸음 그와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앞으로도 주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에게 은총 내려주소서'
*원석이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지켜보면서 자신의 아이처럼 염려해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저를 격려해 주신 모든 블로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아이에게 가 닿아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가서 매일 매일 느낀 점을 노트가 까맣게 되게 적어 왔던데 블로그에는 올릴수 없네요.
아이가 사진은 올려도 되는데 느낀 점은 공개하기 싫다고 하는군요
시간 내서 사진은 올릴게요.
*위에서 두 번째 파리 드골 공항에서 출발해 1시 20분에 도착한다는 알림판이 나와 있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주 더디 가더군요.
*드디어 게이트를 나온 아들을 만났습니다.
'no pain, no glory'라는 산티아고 표어 옷을 입고 있어요.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반창고를 붙인 그림입니다.
원석이도 여러번 물집이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했답니다.
고통 없이 영광이 없다는 말이 참 맘에 와 닿습니다.
*모처럼 네 가족이 다 만났습니다. 아빠는 또 눈을 감았네요.
원석이는 이번 일요일에 다시 한국에 갑니다. 아이 얼굴이 참 밝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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