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김다경님의 소설집 '공중 도시'를 읽고

김 정아 2009. 5. 19. 06:54

 

2009년 5월 17일 일요일

며칠 전에 우편함에 갔었다.

여러가지 스펨 우편물들과 더불어 소포 하나가 들어있었다.

'남편 앞으로 온 것인가?' 하고 살펴보다가 수신자 이름이 JUNG A KIM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나한테 무슨 소포가 왔지? '하고 보는데 소설가 김다경 선생님이 보내신 '공중 도시'란 책이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책 선물에 정말로 기쁘고 반가웠다.

저자께서 직접 사인한 책 한 권과 성당 도서실에 한 권을 기증해 달라는 메모와 함께 내 손에 들려진 책이 너무 신기해 한참 동안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도 '순바의 연인'이라는 장편소설을 보내주셔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한 권을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자원 봉사자들도 아주 반가워 하셨다.

 

김다경님의 이번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단기로 어학 연수를 떠나 결국은 에이즈 클럽에 가입하게 된 여대생의 이야기인 '그 여름의 카니발', 건강식품이나 생활 용품을 파는 정임과 그녀의 이혼한 전 남편과의 불안한 불륜의 이야기가 나오는 '숨은 그림'.

그리고 생활 설계사로, 그림을 그리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아무도, 아무도 없이',

게이 남편을 두어 결국은 에이즈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인 '공중 도시'

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명퇴한 남편을 대신해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슬픈 열정'.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서정과 경규의 이야기인 '선인장'등이 정말 우리 서민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떤 때는 같이 슬퍼하고 같이 아파하기도 했다.

 

그 중 '선인장' 이란 작품은 특히나 아픔 많은 서정의 삶에 위로를 주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서정은 청각장애와 저능아인 아들 해수를 데리고 경규와 재혼한다.

건재상을 성공해 한 때 넓은 집을 가지고 살다가 사업에 실패하며 좁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지만 상황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 온기 없는 냉방에서 전기 장판으로 겨울을 나기까지 한다.

 

학비를 감당 할 수 없어 삼수하던 본처의 아들 세중까지 집으로 불러 들이게 된다.

세중은 서정을 반목하며 재혼 초부터 해수를 괴롭히며 화분을 뒤집어 엎고 물건을 깨트리며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싸워 이를 부러뜨리고 장롱속에 숨겨둔 돈이며 금붙이까지 훔쳐 가출을 되풀이한다.

 

시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오줌 똥을 가리지 못해 이부자리에 싸 놓으며 때로는 '내 돈 가져간 도둑년'이라며 서정에게 소리를 지른다.

세 개짜리 좁은 아파트에서도 살 수 없어 변두리의 산 밑 외딴 집으로 이사하며 결국은 해수를 시설에 맡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서정은 자신도 모르게 부엌 바닥에 누어있다가 깨어나고 토방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해수가 보고 싶어 버스가 떠나는 것을 보다가 또 다시 정신을 놓고 만다.

머리 속에 혹이 두 개나 있는 서정이었다.

 

고개 돌려도 어느 곳 하나에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서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메마른 사막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선인장을 닮아 서정은 그 고난을 겪으면서도 살아갈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김다경 선생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