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박완서님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고.

김 정아 2009. 3. 6. 12:40

2009-03-05 목요일

손녀 손주들을 둔 복희씨는 대학가에서 원룸을 세 놓으며 노후를 보내고 있는 비교적 유복한 노년 생활을 꾸려 가고 있는 할머니다.

 

가난한 집의 맏딸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버스 차장을 목표로 삼고 상경을 해서 재래시장인 ‘방산상회’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 곳의 주인은 아들 하나를 두고 상처를 한 홀아비인데 강간을 당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복희씨는 안주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아내 귀한 줄을 알고 돈도 많이 벌게 된 남편과 네 아이를 두고 전실 자식을 데리고 살며 차별없이 잘 키워 왔다고 자부하며 산다.

그 아이들이 다 자라 결혼을 하고 세월이 흘러 남편은 반신불구가 되는 중풍이 찾아 오지만 그를 불쌍해 하지 않는다.

반신불구의 몸에도 불구하고 성욕이 강한 그는 동네 약국에서 정력 비아그라를 찾아 복희씨를 모멸감에 빠트린다.

 

처녀 적부터 간직해온 양귀비 꽃으로 만든 까만 고약 같은 독약통을 들고 무조건 길거리를 뛰쳐 나간다.

내가 죽기도 억울하고 누굴 죽일 용기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나 죽고 너 죽기를 선택한다.

 

비록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해도 인격도 없이 성폭행을 한 남자와 한 평생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성에 대한 의식이 치욕적이고 모멸적일 수 밖에 없는 복희씨는 반신불구가 된 남편의 상황에 약간의 해방감과 안락함을 누리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 늙고 병든 몸으로도 성욕이 사그라들지 않아 비아그라를 찾는 남편이 얼마나 분노에 차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여자로서 복희씨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원수와 자식을 낳고 한평생을 살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