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블랙베리 농장에 가다.

김 정아 2008. 6. 1. 05:50

2008년 5월 31일 토요일

텍사스의 블랙베리가 한참 익어가는 계절이다.

가보려고 찾아놓은 웹사이트에서 업데이트되는 상황을 보니 날씨도 적당해 요즘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는데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3일후면 한국도 가는데 차분하게 있다가 출발해야 될 것 같긴한데 오래 전부터 찾아 놓은 곳이라 안 가면 헛수고가 되어 버릴 것 같아 나연이한테 물어보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하나와 윤지네 집에 전화를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정오까지만 문을 열고 나머지 시간은 뒷정리를 하는 시간이라고 나와 있었다.

따다보니 왜 그렇게 규칙을 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뜨거운 텍사스에 12시 이후엔 따겠다고 오는 사람들도 없겠지만 오후의 뜨거운 햇살아래 붉게 물든 열매들이 검게 완전히 익어갈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10시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다 따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들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블랙베리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신기한듯 바라보다 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따기엔 힘이 들었는지 처음엔 열심히 따던 아이들이 지쳐서 저만치 앉아서 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햇빛은 따갑고 블랙베리가 작아서 열심히 따도 통에 채워지지가 않으니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어른들이 뒤를 이어 따서 한가득 통을 채워서 계산을 하러 가니 18불을 받았다.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이 아니고 한통을 조금 덜 채웠어도, 가득히 넘칠만큼 담아도 가격은 일률적으로 18불을 받았다.

 

딸기에 비해 훨씬 싼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켓에선 딸기보다 훨씬 비싼 가격인데 아마도 우리 노동력 값을 쳐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켓 가격이 높은 이유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수확을 하자면 사람의 손으로 일일히 해야 하는데 그 인건비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딸기처럼 쉽게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딸기보다 늦은 계절에 나오니 뜨거운 해살아래 하는 일이라 노동비가 더 들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 딴 세 바구니를 들고 신기하고 뿌듯하게 쳐다 보았다.

오로지 물만 주고 농약을 안 했다하니 유기농 과일이라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가져온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으며 한 나절의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만약 내년에도 오게 된다면 늦잠을 반납하고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일 오전으로.

오후 내 뜨거운 햇살 아래 익은 블랙베리가 쉽게 사람들 눈에 보일 것이고 땀을 덜 흘릴 것 같아서이다.

 

*내년을 위한 메모

주소: 19531 Cypress Church Road Cypress, TX 77429

전화 번호: 281-373-5357

 

*한국의 산딸기 종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키가 더 크고요. 산딸기는 붉은 것이 익은 것인데 이것은 검정 색이 완전히 익은 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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