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이구, 아까워라! 내 돈

김 정아 2008. 3. 3. 00:33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남편은 꽤나 깔끔한 편이다.

난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씩 청소기를 밀고, 변기 청소나 화장실 세면대 청소도 이틀에 한 번 씩은 하는 편이다.

그런데 슈가가 집에 오고 나서부터는 이 녀석이 카펫에 토한 자국들이 늘어가고 오줌을 누었던 자국들이 눈에 보인다.

아무리 스프레이로 뿌려도 얼룩이 완전히 지지 않고 남아 있는데 내 눈엔 그게 그리 크게 보이지도 않고 애완견 한 마리 키우자면 그 정도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토요일 , 남편의 그 벽력같은 화가 발동을 했다.

집안이 지저분해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저런 얼룩들을 못 지우겠으면 maid를 불러서라도 청소를 시키라며 아주 노발대발이다.

(지저분하긴 뭐가 지저분해! 개 한마리 키우는 집이 이 정도면 깔끔한 편은 아니어도 보통은 되지!)

못 견디겠다는 남편은 전화를 하더니 사람을 불렀다.

 

오늘 아침을 먹고 자잘한 것들을 치우고 있는데 멕시코 아줌마가 들어왔다.

 

보통은  2~3명이 같이 다니고 자기가 쓸 청소도구나 스프레이들을 다 들고 오던데 이 아줌마는 단신으로 아무것도 안 들고 왔다.

자기가 원하는 청소도구가 없다고 해서 같이 월마트에 가서 몇 가지 세제들을 사들고 와서 청소를 하는데 내 마음은 아주 안절부절이다.

사지육신멀쩡한 내가 , 그리고 일을 다니지도 않는 내가 사람을 불러 청소를 시키는게 영 마음이 편치가 않은 것이다.

네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중간에 점검을 해 보아도 특별히 나보다 더 잘 한 것도 없고 구석구석 먼지들은 그대로 있었다.

 

특별히 우리는 카펫의 얼룩을 지우는 것과 유리창을 닦아 주기를 원했는데 그 두가지 다 안 해 준다는 것이다.

카펫의 얼룩은 스팀 청소해 주는 사람을 불러야 하고 유리창은 옵션이라 더 돈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오늘 내에 끝날 것 같지 않아 유리창 청소는 그만 두었다.

놀다가 전화를 받다가 일에 진척이 별로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아이를 학원에 데리고 갈 시간은 다가와서 앞으로 한 시간내에 끝내 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속도를 내서 끝을 보았다.

그런데 욕실의 실리콘의 검은 때는 그대로 있고 욕실문의 석회 물때문에 희끗희끗한 것들도 그대로였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자기는 그렇게 밖에 못하겠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짜증은 짜증대로 왕창 나고 말았다.

돈을 주고 한 청소도 내가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으니 다음부터는 사람을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남편은 엄청 깨끗해 진 줄 알고 기대를 하고 들어왔다가 “어디를 청소하고 간거야? 당신이 한 거랑 똑같네? “한다.

 

한달 전 쯤 깨진 유리를 오늘 끼웠다.

우리 지역에 유리 가게가 있었는데 그 곳에 가서 아무리 간판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사를 갔는지 다른 업종으로 바꾸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 신문에 유리 전문점이 나왔기에 보자마자 전화를 했다.

한국 아저씨가 와서 보더니 130불인데 현금으로 하면 100불에 해 주겠다고 한다.

정말 짜증 나 죽겠다.옆집의 엘렌때문에 (심증으로는 옆 집의 엘렌이 분명 돌을 던져 깬 것이다)생돈 100불이 나가버렸다.

60cm정도 되는 정사각 유리 한 장 끼운데 100불이나 주려니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다.

다이닝 테이블에도 유리 한 장 끼울까 해서 물어 보았더니 6인용 테이블에 적어도 250불 정도 주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친구들 집에 가 보아도 유리가 있는 다이닝 테이블이 없고, 미국 사람들 집에도 유리 있는 테이블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그렇게 비싸니 누가 선뜻할 마음을 먹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래 저래 오늘은 기분 나쁘게 돈이 나간 날이다.

 

 

*슈가 이녀석아! 너 때문에 아빠한테 엄청 혼났잖아! 아무데나 토하지 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