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어느 경우든 신체 접촉은 하지 마세요.

김 정아 2005. 2. 4. 01:21

2005년 2월 1일 화요일

 

전화벨이 여러 번 울렸으나 뭔가를 하느라 좀 늦게 받으러 갔더니 끊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7학년에 다니는 큰 아이의 선생님이라고 한다.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 긴장이 되면서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은 좋은 일 보단 나쁜 일 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니 교실에서 원석이가 다른 아이를 밀어서 거의 넘어질 뻔했다고 한다.

 

그래서 경고를 줄 것이니 문서에 사인을 해서 내일 다시 보내 달라고 한다.

 

그 아이가 많이 다친 줄 알고 미안하단 소리를 하고 옆에 아이가 있으면 바꿔 달라고 했다.

 

아이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우리 아이 왈 "교실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서 한 아이가 가로막고 있어서 비켜 달라고 했는데 안 비키고 그 아이가 먼저 나를 밀어서 나도 그 아이를 밀었는데 선생님이 봤어요." 

 

" 그래서 그 아이가 많이 다쳤니? 어디 피라도 났니?"

 

"아니요. 무슨 피가 나요? 하나도 안 다쳤어요. 그 애랑 저랑 둘 다 경고예요"

 

미국 학교에서 폭력을 부리거나 싸움을 하면 정말 큰 일이 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수시로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 어떤 경우든 친구를 때리면 절대 안 된다고 누누이 강조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우리 아이들은 절대로 누구를 먼저 공격하는 법은 없다고 자부한다.

 

한국인의 눈으로 봐서 친구들 사이에 그 정도 실랑이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

 

넘어진 것도 아니고 'almost to the ground'라고 하는데 너무 하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영어가 잘 되어 반박할 만한 재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부모 마음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아이만 감싸는 것 같기도 하고 , 학교 규칙은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힘없이 경고장을 내민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내용과 조치 등이 적혀 있었다.

 

오늘 방과 후 1시간 동안 교장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교장실에 온 3명의 아이들과 함께 1시간 동안 반성문을 쓰고 왔다고 한다.

 

힘들게, 그리고 무척 기분 나쁘게 미국 학교 생활의 원칙 하나를 다시 깨달았다.

 

운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때든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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