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20일간의 겨울방학.

김 정아 2004. 12. 24. 03:18

2004년 12월 17일 금요일
오늘로 우리 아이들은 84일간의 1학기를  마쳤다.

아이들이 새로운 교우관계나 교사와의 관계가 원만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 가졌던 막막했던 기분들이 다 사라졌다.

 

이제 1학기를 마치고 20일간의 겨울 방학을 보내고 1월 6일부터 새로운 2학기가 시작된다.

 

오늘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아이들은 가방을 집어던지며 즐거운 고함을 지르며 어쩔 줄 모르게 좋아했다.

 

이 20일간을 어떻게 보내야 알찬 방학이 될지 고민이다.

 

 

 

 


2004년 12월 19일 일요일
성당에서 주일 학교 학생들의 예능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12시 미사가 끝나고 영화 한편을 상영하고 각 학년 별로 연습을 하다가 오후 5시부터 진행된 행사였다.

 

작년 같으면 아무 고민 없이 집에 가서 쉬다가 아이들 데리고 다시 왔을 텐데 책임감이라는 게 참 무섭긴 하다.

 

올해 7학년 'room mother'를 맡아 난 오후 내내 아이들의 음식을 만드는데 다른 룸 마더들과 같이 힘을 합해야 했다.

 

300명분의 김밥과 떡볶이와 어묵 국을 만드느라 오후 내내 분주했다.

 

물론 난 보조자 역할을 했고 가끔 설거지를 하기도 해서 막중한 임무는 아니었다.

 

 

남편은 내가 성당에서 일 하는 것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무늬만 천주교 신자인 나를 어떻게 해서든 진짜 신자로 만들어 보려고 안달이다.

 

룸 마더가 되었다고 했을 때 얼마나 좋아하던지.

 

 

만약 내가 구역장이 되었다면 나를 업고 다녔을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구역 모임이 있었는데 우리는 다른 모임과 겹쳐 구역모임을 가지 못했었다.

 

지금 구역장님은 은근히 나를 차기 구역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모임에서 다음 구역장으로 나와 또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이 되었는데 본인들이 없는 자리에서 아무리 논의를 한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엉뚱하게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이 구역장이라는 혹을 달게 되었다.

 

난 그 소리를 듣고 앞으로도 12월에는 모든 모임을 집중해 구역 모임을 가지 말아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남 앞에 나서서 하는 일에도 별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지만 구역장은 정말 내 체질은 아니다.

 

겨자씨 만한 믿음이라도 있어야 떳떳하게 구역장의 임무를 수행할 텐데 난 자타가 공인하는 날라리 신자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성당의 부엌일을 모두 끝내고 늦은 밤 집에 돌아왔다.

 

 

*밤에 동네 산책하다가 성탄 장식이 되어있는 집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는 기술이 없다보니 예쁘진 않습니다.

저희 집은 제일 아래 사진입니다.

q

 

w

 

e

 

t

'두 아이의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렌타인 데이에.  (0) 2005.02.18
어느 경우든 신체 접촉은 하지 마세요.  (0) 2005.02.04
기립 박수를 받다.  (0) 2004.12.13
딸 아이 , 서럽게 울다.  (0) 2004.12.11
"축하한다. 아들아!"  (0) 200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