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기립 박수를 받다.

김 정아 2004. 12. 13. 07:20

2004년 12월 4일 토요일

큰아이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 20분에 집을 나서 테일러 고등학교에 갔다.

지난번에 케이리 지역과 휴스턴 지역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전 밴드  시험에 합격했고, 오늘 콘서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각 학교마다 주어진 곡을 연습했고, 오늘 각 학교 학생들이 일찍 모여 총연습을 하고 오후 3시 30분에 콘서트를 한다.

어제도 2시간 30분 동안 호흡을 맞추어 연습을 했다.

우리 지역은 가까워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왔고, 먼 지역에선 학교 버스가 와서 아이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3시 30분에 맞추어 다시 학교에 가니 아이들은 무대에서 자리를 잡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시험에 합격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연주가 제법 그럴 듯 했다.

연주가 끝나자 모든 학부형들이 기립 박수를 쳐주었다.

나도 아이들이 신통하고 기특해 손바닥이 아플 만큼 박수를 쳤다.

아이는 "엄마 내년엔 리전 밴드 안 할래요." 한다

"왜?"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야 되어서요"

난 속으로 '김치 국부터 마시지 말어라. 네가 내년에도 리전에 뽑힌다는 보장이 있니? 모두 하고 싶어 난리인데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하고 말았다.

 

우리 아이는 이곳에 사는 3년 동안 한국에서 할 수 없었던  많은 경험을 했다.

원 없이 푸른 잔디밭을 뛰어 다니는 축구 활동과, 친구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뒹굴며 풋볼도 해 보고, 클라리넷 연주로 여러 차례 무대에도 서보고, 이제 남의 나라 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살지도 않을 내가 남의 나라를 위해 엄청난 세금을 낸다고 투덜거렸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억울한 일도 아니고 아까운 일도 아니다.

그 혜택을 우리 아이들이 모두 되돌려 받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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