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9일 목요일
어제 딸아이는 학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보더니 엉엉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무슨 큰일이 일어났나 불안했다.
아이를 진정시켜 무슨 일인가 물었다.
새 학년에 올라오면서 나연이에겐 'SIERRA'와 'MAGAN'이라는 두 미국 친구가 생겼다.
세 명이 단짝이 되어 학교 생활을 잘 했었다.
두 아이는 우리 아이와 같은 버스를 타기도 하고, 특히 시에라 집에서는 하룻밤을 자고 왔을 정도로 친하고, 또한 메간도 같은 반은 처음이지만 'GIRL'S'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어 친하게 지냈었다.
그런데 어제 두 아이가 함께 나연이와 대립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 벽을 새로 페인트를 해 깨끗한데 두 아이가 벽을 만지며 놀고 있어, 우리 아이가 벽 만지지 말라고 했다는 데 그 과정에서 뭔가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
두 아이가 기분이 상해 나연이와 온 종일 말도 안하고, 나연이를 따돌리고 둘이서만 놀았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서늘하게 내려앉으며 나연이 못지 않게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었다.
혹시나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생김새가 틀리다 해서 아이에게 상처 준 것은 아닐까?
친구 사이에 단순히 있을 수 있는 다툼이 아니라 ,이 상황이 오래 가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들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불러 조용히 말해 주었다.
"친구들이 놀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거야. 내일은 네가 먼저 'hello'하고 웃으면서 기쁘게 인사해 봐. 친구들도 오늘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내일은 반갑게 인사 해 줄 거야!"
"엄마, 정말이지? 내일은 나랑 잘 놀 거지?"
"걱정하지마, 시에라랑 메간 좋은 친구들이잖아. 내일은 원래처럼 좋은 친구들로 돌아갈 거야"
아이는 잠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마음의 짐이 너무 컸는지 또 울면서 나왔다.
워낙 낙천적이고 나쁜 감정을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지 못하는 아이가 보인 반응이라 난 더욱 걱정이 되었다.
오늘 아침 난 아이에게 초코렛 두 개를 메간과 시에라에게 주라고 쥐어 주었다. 그리고 별 탈없이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 얼굴이 밝아 보였다.
친구들과 잘 지냈냐고 물으니 아주 좋았다고 한다.
덩달아 내 마음의 짐도 덜어졌다.
아마도 이 땅에 오래 살수록, 학년이 높아 질 수록 일년에 몇 차례씩 친구 관계로 속을 썩을 것 같다.
아이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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