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일 월요일
안 가본 골프장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남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어서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기 때문에 남편은 내가 언제 골프를 가는 지 요즘 누구와 다니는지 모른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남편에게 한가하게 골프나 다닌다고 하기가 참으로 미안해서이다.
여기오자 마자 남편은 싫다는 나에게 골프클럽과 운동화 장갑 모자까지 모두 사서 준비해 놓고 레슨을 받으라고 등을 떠밀었다.
한국에 갈 때까지 열심히 골프를 치다 가라고 했었다.
그러니 내가 매주 골프를 다닌다고 해서 결코 뭐라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내 양심상 조용히 다니고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골프코스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해 놓은 River pointe를 보고서 결코 안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Don't be surprised if a deer runs across the fairway in front of you, there is a woodpecker in the tree above you or alligator eyes peering up from a creek in front of the green.
사슴이 네 앞에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가더라도, 딱따구리가 머리 위에서 울어도, 악어가 연못에서 쳐다보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하는데 자연의 멋이 그대로 풍길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 전화를 했더니 예약이 필요 없으니 그냥 오라 했는데 가서 보니 차가 많이 주차 되어 있었다.
처음 몇 홀은 뒤에서 따라오는 몇 팀들이 있어 좀 부담이 되었는데 치다보니 그들과 간격이 벌어져 그야말로 대통령 골프를 치듯 한가로웠다.
주위는 사람의 손길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산 속에 지어 놓은 골프장이라 집들도 없었고 하늘에서는 독수리들이 울어대고 나무속엔 딱따구리들이 지저귀고 연못 속엔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인지 무서운 느낌이 날 정도였다.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전반 9홀에서 앞서 가던 친구가 공포에 질린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뛰어 오는 것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았구나 생각을 했다.
좀처럼 진정이 되지 못한 친구 말하길 “악어 밟을 뻔 했어요!”였다.
공을 찾아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가던 친구 앞에 연못에서 기어 나온 악어가 여유만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한 발짝만 잘못 디뎠어도 악어 꼬리를 밟을 뻔 했다는 것이다.
악어는 친구의 비명 소리에 놀라 연못 속으로 들어가서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난 운이 좋게 그 악어를 찍을 수 있었지만 친구의 놀란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 이후 친구는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해 다른 때 보다 못 쳤고 ,난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제대로 황홀함을 느껴갔고, 드라이버가 팍팍 맞아 주어 어느 날보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악어 보이시나요?
*이것은 수달 같은 동물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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