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0일 화요일
3월 20일, 오늘은 ‘first day of spring’이다.
이 나라는 봄이 3월 20일부터 시작된다.
정규뉴스에서도 날씨 채널에서도 앵커들이 아주 환한 얼굴로 ‘first day of spring’이라고 기쁨을 전해 준다.
춘분이니 추분이니 하며 달력을 보아야 하는 우리와 달리 날짜가 딱 정해져 있어 처음엔 참 이상했다.
이렇게 봄이 시작되는 아주 특별한 오늘 나연이 생일이다.
고학년이 되면서 친구들로부터 생일 초대를 받는 일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학년이 올라가면 생일 파티를 안 해주는 모양이다.
생일 파티는 생략하고 반 친구들에게 컵케이크를 하나씩 돌리자고 했더니 컵 케익은 싫고 꼭 쿠키 케이크를 사가지고 가고 싶다고 한다.
컵 케익은 동네 수퍼에 가면 금방 사 올 수 있고, 부피도 크지 않아서 좋겠건만 그것은 싫다고 하니 나연이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타고 나가서 40분을 기다려 구워진 케이크를 어제 집으로 들고 왔다.
커다란 네모 모양의 케이크를 아이들 숫자대로 자르고 넵킨을 준비해서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에 갔다.
사무실 직원은 학부모가 직접 아이들에게 줄 수는 없고 담임선생님께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새로 바뀐 규칙이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점심을 먹으러 아이들과 선생님이 오셔서 오늘 나연이 생일이라서 케이크를 좀 사가지고 왔다고 했더니 점심 끝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쿠키 케이크 사가지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했다.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신 케이크를 아이들은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한 조각씩 다 돌리고 9조각이 더 남았는데 다른 반 아이들도 달라고 하고, 나연이반 아이들도 더 먹겠다고 아우성이어서 아주 인기 짱이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소리도 아주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단다.
나연이는 자기 것을 참 잘 챙긴다.
어디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야무지게 찾아 낸다.
생일 선물로 도서상품권과 좋아하는 음악 시디를 받아 자기 것을 딱 챙겨 놓고 , 친구들에게 우쭐거릴 것까지 찾아 내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지내고 온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큰 아이는 나이는 더 먹었어도 어리숙하다.
지난 연말에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로 250불 가까이 하는 '위'라는 게임기를 사달라고해 어쩔 수 없이 약속을 했는데 그 상품이 아직도 안 나오고 있다.
나연이 같으면 당장 살 수 없으면 현금으로 달라고해서 손에 쥐고 있었을 것인데 유야무야 넘어 가 버리고 말았다.
다른 일도 똑 부러지게 잘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마 마음이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쿠키 케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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