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샷!을 향해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김 정아 2006. 9. 7. 00:05
 

2006년 9월 5일 화요일

아이들 학교가 시작되면서 내 일상도 다시 시작되었다.

예전처럼 골프 멤버를 만들어 매주 화요일은 골프를 치기로 했다.

피부는 아무래도 햇빛이 강하면 더 가려운 것 같아 괴로운데 그것 때문에 나의 사교 모임(?)을 안 할 수는 없다.

비록 못 치는 골프지만 내 이국 생활에 활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내 건강을 지키는 아주 훌륭한 운동인데 그만 두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주에 필드에 나갔다 와서 피부 가려움증이 절정을 향해 치달아 얼굴까지 부어 성당도 못 나갔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속이 없다.

피가 나올 때까지 긁고 괴로웠으면서 오늘 또 나간 것을 보면.

오늘까지 가서 지켜보다 정말 햇빛에 대한 알러지면 골프를 그만 두기로 작정하고 나갔다.

만성으로 이어지기 전에 고쳐야 되니까.


오늘은 할아버지 팀들이 많아 10홀부터 쳤는데 둘 다 엄청 잘 쳤다.

‘엄청’이라는 말은 우리 수준에서 하는 말이다.

객관화 될 수 없는 우리 수준.

뒷 9홀을 마치고 처음 1홀부터는 너무 안 되었다.

왼쪽, 오른쪽으로 하염없이 빠져서 그린에 올리기도 전에 1홀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홀을 갔는데 아주 좁은 진흙탕으로 들어간 카트가 못 빠져 나온다.

같이 간 언니는 운전을 하고 나는 뒤에서 밀어 간신히 카트를 빼내긴 했는데 순식간에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 그대로 칠까 ? 그냥 갈까 ? 고민을 좀하다 그 몰골로 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문제가 있는 피부인데 더러운 흙탕물 묻은 옷을 계속 입고 있다 큰 일이 생길 것 같아 돌아 나왔다.


사무실에 올라가 내 꼴을 보이고 “우리에게 큰 문제가 생겨 더 이상 계속 할 수가 없는데 rain check을 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잘생긴 청년은 한참을 웃더니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며 아무 소리 안하고 레인 첵을 끊어 주었다.

골프 하다가 이런 경우를 당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레인 첵도 받았으니 아쉽긴 했지만 기분 좋게 돌아왔다.

 

*같이 간 언니는 사진을 꼭 찍어 기념으로 남겨야 한다며 막무가내였습니다. 찍어 놓고 보니 이렇게 쓸일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