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2일 목요일
게으름 탓인지 따로 시간을 내서 걷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골프를 치는 날 카트를 타지 않고 걸으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지인과 걷기로 했는데 오늘은 ‘레이디스 클럽’의 골프 토너먼트가 있는 날이라 우리 뒤에 수 십 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홀 티 박스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우리와 같이 치고 싶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는 티타임을 예약하지 않았는데 많은 수의 레이디스 클럽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 팀에 자기를 좀 넣어 줄 수 없느냐고 부탁을 해 왔다.
아직도 공이 이리 저리 춤을 추면서 날아다녀 다른 사람과 같이 치는 것이 민폐라,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사정상 싫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와 같이 치게 되었다.
Bill이라는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무려 76세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데 이곳에 여동생과 남동생이 살고 있어 방문을 했고 내일 아이다호에서 동생 한 명이 더 오는데 여러 형제가 골프를 치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연습 삼아 나왔다고 하는데 공을 친지 벌써 40년이 넘은 빌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풀 스윙은 못하지만 툭 한번 쳐도 공이 똑 바로 나가고 어프로치와 피칭 등 숏 게임에 환상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운이 빠져 우리 둘은 숨을 몰아 쉬면서 힘들게 걷는데 우리와 똑같이 걷고도 빌은 하나도 피곤한 기색이 아니다.
내가 임팩트 순간에 고개를 든다는 빌의 말에 주의해서 치니 좀 나을 때도 있었다.
전반전은 뒤에서 밀고 오는 리그팀 때문에 마음이 좀 바빴는데 후반전은 다른 코스로 이동해서 쳤다.
역시 미국인이랑 같이 가니 그런 생각도 하고, 코스를 바꿀 생각은 우리는 해 보지도 못했다.
다른 코스로 이동해 후반전은 뒤에 오는 사람들이 없어 마음이 편했으나 마지막 두 홀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빌은 끝까지 치겠다고 해 중간에 우리가 배신을 하기도 그래서 비를 맞으며 끝냈다.
어떤 사람이 나이 60이 넘어서도 골프를 치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가지고 산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소망이 아니다.
일단 건강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하고, 시간을 낸다는 것은 경제적 여유도 같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풍요로운 노후 대책이 있어야 하고, 맘이 맞는 친구도 있어야 하는 소망이다.
결코 작지 않은 소망.
오늘 내가 본 빌은 경제적 여유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건강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내 나이 76세에 과연 걸어서 18홀을 돌 수 있을까?
빌의 그런 건강이 부러워졌다.
*풀카트를 열심히 끌고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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