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체육 시간을 들여다 보다.

김 정아 2006. 6. 19. 10:47
 

2006년 6월 13일 화요일

나연이가 한국 학교에 다닌 지 3일째다.

아침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씩씩하게 나간다.

한글에 대한 관심도 없었는데 하루 학교를 다녀오더니 한글 받아쓰기를 해 보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하고, 영어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느냐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president, neighbor가 한국말로 어떤 뜻인지 자꾸 물어오기도 했다. 


아침에 설거지를 하다가 주방 창문을 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고 있었는데 나연이 체육시간이 1교시라는 생각이 나 자세히 보니 나연이 반이 나와서 체육을 하고 있었다.

단체 줄넘기 시간이었는지 네 조로 나누어 하고 있었다.

개인 줄넘기는 잘 하는데 지금까지 단체 줄넘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엔 둘이 줄을 넘기고 단체로 들어가 같이 시작해 줄에 걸린 사람이 나가는 것이었는데 세 번째로 나갔다.

그리고 이어 한명씩 들어가 뛰는 것이었는데 나연이가 들어가면 어김없이 줄에 걸려 죽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나연이에게 호의적이어서 등을 만져주며 위로해 주는 모양이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을 하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손뼉을 쳐 주었다.

잠시도 눈을 못 떼고 혼자 열심히 응원을 하다 나도 기분이 참 좋아졌다.

아이들과 역할을 나누어 나중엔 줄을 넘기는 일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너무 고맙고 우리 아이에게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해 지기도 했다.


원래 두달로 생각했던 일정을 앞당겨서 휴스턴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고, 천금으로도 살수 없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앞으로 다시 생길 것 같지 않아 이곳 학교 방학하는 날까지 다니다 예정대로 7월 25일에 출국해야 할 것 같다.


밤엔 순천 주은 프라자 주차장에서 월드컵 응원을 한다기에 두 아이에게 빨간 티셔츠를 입혀서 다녀왔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였는데 응원을 하기엔 사람들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앉아 있기가 힘들어 바로 나왔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