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8일 일요일
내가 가장 싫어하고 못하는 일 중의 하나는 요리이다.
친정 엄마는 차라리 밭에 나가 농사일을 했으면 했지
음식은 정말로 하기 싫어 하셨다.
그런 친정엄마를 닮았는지 우리 세 자매 모두 음식에는 취미도 없고, 관심도 없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는 노력도 안하며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하며 그날그날 간신히 때우며 살고 있다.
음식 하는 것을 싫어해서 나에게 음식 할 일이 닥치면 며칠 전부터 온 정신이 거기에 쓰여지며 불안 할
정도이다.
그런데 성당에서 주일 학교 학생 250명 먹을 음식을 해야 할 일이 딱 내게 떨어진 것이다.
보조자도 아니고 책임자로서 메뉴 결정하고, 장 보고 , 요리하고, 서빙하고 , 뒷정리까지 맡아야 하는 중책이 내려
진 것이다.
뭔가 일이 맡겨지면 잘 하는 일이든, 못하는 일이든 간에 뒷걸음질치거나 빼거나 물러나지 않는 게 또 내 성격이다.
자모회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스파게티로 메뉴를 정하고 250명에 맞추어 사야 될 물건들의 목록을 정했다.
메뉴를 정해 놓으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야채나 고기들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어떤 순서로 어떻게 진행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걱정이 되어 오늘 새벽에 눈이 일찍 떠졌다.
시장 본 물건들을 싣고 성당에 도착하니 도와주기로 했던
사람들이 한 명 밖에 나오지 않아 둘이서 낑낑거리며 야채를 씻고 썰었다.
책임자가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하는데 요리에 서투르니
이 사람 저 사람 다 간섭하며 사람마다 말이 다 틀려서 '그러게 왜 나한테 이런 큰일을 맡겨 '하면서 잠시 투덜거리다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기로 하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밀고 나갔다.
어느새 스파게티 소스도 만들어지고 스파게티 면도 다 삶아졌다.
다른 팀의 스파게티보다 훨씬 영양가
있고 성의도 있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아이들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
흠이라면 스파게티 소스 양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인데 나의 첫 작품
치고 지나치게(?) 훌륭했다고 자부한다.
나의 이 경험을 살려 나연이 학년의 당번 때도 한 번 써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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