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

김 정아 2006. 1. 12. 01:42

2006년 1월10일 화요일

 

남편이 떠나기 한참 전부터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고 했었는데 차 관리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자꾸 잊어버리고 , 남편 출국도 겹치고 아이들 방학을 하니 더 바빠져 기억에도 없다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 가게 되었다.
잠시 휴게소에 들어가 쉬고 있는데 담당자가 오더니 깜짝 놀라며 "네 차가 2년 반이나 되었는데 엔진오일을 네 번밖에 안 갈았다" 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더 중얼중얼 거리는 데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자 한국인 판매원을 불러 자세히 설명을 해 준다.

 

 

10만 마일 , 10년까지 보증을 해 주지만 평소에 차 관리를 못했으면 그 보증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3개월마다, 아니면 3천 마일마다 엔진오일 바꾸어 주었는지, 에어필터를 자주 바꾸었는지 바퀴를 로테이션해 주었는지 기록을 보고 관리가 잘 된 상태에서 고장이 나면 당연히 무상으로 수리를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유료라고 한다.

 

이 상태라면 10년 무상 보증이 안 된다고 하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우선 리콜 서비스 (출고 이후에 문제가 발견되었으니 리콜 서비스를 받으라는 엽서를 받았다)를 받고 다음 번에  3천 마일이 되면 엔진오일 교환과 더불어 16가지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검사 비용은 500불이 조금 넘었다.
그 검사를 다 받고 엔진오일과 바퀴 검사를 제대로 받으면 앞으로 무상서비스 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래야 하는 건가? 리콜 서비스 받는 곳이 어느 기아 센터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가나?
머리가 무거워졌다.
이제 정말 이 차의 주인이 내가 되나 보다.
남편에게 의지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
앞 유리 닦는 액체도 어떻게 넣는지 모르는데 이 차 관리를 내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남편과 통화를 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아이들 옷 몇 벌 사주려고 백화점에 갔다.
옷을 고르고 있는데 전화가 따르릉 온다.
" 언니 , 지금 백화점에 와 있지?"
"어, 너 어떻게 알았어? "
"나 주차하려고 하는데 언니 차가 딱 있잖아"
아침에 나오면서 같이 가자고 전화할까 하다 엔진 오일 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 번거로울 것 같아서 혼자 왔는데 딱 만났다.
 반가워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물건 몇 가지 사고 점심을 먹으러 이태리 식당에 들렀다.
조용한 음악,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좋은 친구랑 마주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깔끔한 실내 장식, 코끝에 느껴지는 맛있는 향으로 즐거움이 밀려 왔다.

 

 

집에 와서 이 메일을 열어보니 남편이 보낸 딱 한 줄의 문구.
"여보!!!  사랑해!!!"
행복은 이런 거였다.
딱 다섯 글자로도 난 행복할 수 있었다.
남편이 곁에 없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행복이라는 게 뭐 거창한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학원에 갔다가 행운목 꽃이 핀 걸 보았습니다. 이 꽃을 보는 사람에겐 엄청난 행운이 따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