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한 해를 돌아보며....

김 정아 2004. 1. 6. 01:25
12월 28일 일요일
반팔을 입고 맞는 연말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일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미사를 끝내고 놀이터로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집으로 들어가기 아쉬울 정도였다.

지우네와 민정이네와 함께 갑작스럽게 “그럼 우리 겔바스톤에 게 잡으러 한 번 다녀 올까요?”해 그 자리에서 의견일치를 보았다.

가장 가까운 지우네 집에 도착해 닭다리3개와 뜰채와 아이스 박스를 준비해 차에 올랐다.

1시간 30분쯤 운전을 해 겔바스톤 항구에서 큰 배에 차들을 싣고 들어갔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고 따스한 바람이 기분 좋게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다.

얕은 바닷물을 따라 아이들은 뜰채로 조그만 고기들을 잡아 신나하고, 어른들도 닭다리를 묶어 바닷물 속에 넣었다.

게 철이 아니라는데 닭다리를 넣을 때마다 게들이 따라 올라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너무 신나 뛰어 다니고 소리를 질러 대었다.

시간은 흘러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하자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휴스턴에 돌아왔다.



12월 31일 수요일
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이다.

성당의 미사를 보면서 한해를 정리해 보았다.

올 한 해도 축복을 받은 충만한 해였다.

작년 1년간 남편은 일이 손에 익지 않아 엄청난 고전을 했지만, 올해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1년간 나의 목표도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는데, 많은 발전을 한 것 같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후회 없는 한 해였다.

아이들도 자기들 수준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영어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미국 친구들도 사귀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고 말할 만큼 이 곳 생활에 익숙해져 나로서도 아이들 생활에 걱정할 다른 것이 남아있지 않다.

가족 모두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산 한 해였다.

이제 내일이면 미국 생활 3년째를 맞게 된다.

나도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 슬슬 단조로운 이곳 생활에 실증이 나려고 한다.

영어가 물론 중요하지만 올 해는 영어보다는 중국어에 중점을 두어 공부를 해 보려 한다.

한 집 걸러 중국인이 살기 때문에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한국보다는 훨씬 좋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올 해 나의 목표는 중국어 익히기로 정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내년도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