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막내 동생 시집 가는 날.

김 정아 2003. 10. 8. 06:07

10월 5일 일요일

오늘은 막내 동생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예정대로라면 난 오늘 한국에 있어야 한다.

집안의 막내 결혼이기 때문에 오래 전에 한국 갈 생각으로 비행기표까지 사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라스에서 가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여정을 좀 바꾸어서 나리따까지 컨티넨탈로 가서 서울 가는 대한 항공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내 남편은 나와 항상 빗나간다.

하필이면 결혼식이 있는 주를 전후로 해서 8일간 캐나다 및 로스엔젤레스로 출장 가는 일정이 잡혀버린 것이다.

중역이 오는 출장이라서 일정을 바꿀 수도 없고 한국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일주일 이상은 그들이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남편은 너무나 미안해 하며 출장을 도저히 연기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이들을 맡길 만한 데가 없는 형편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도가 내가 서울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눈물을 삼키며 표를 환불해야만 했다.

오남매 중의 가장 맏이인 내가 초등학교 5학년에 내 막내 동생이 태어났다.

그래서 그 아이와 나는 11살 차이가 난다.

시골의 농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는 농번기에는 농사 일을 거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막내 여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농사 일에서 면제 될 수 있었다.

막내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특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형제들이 성장해 한 가정을 이룰 때 마다 우리는 막내 동생의 또 다른 특혜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형제들 거의가 맞벌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육아는 언제나 여자들의 힘든 과제였다.

막내 동생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조카가 거의 없을 만큼 방학이면 이 집 저 집 불려 다니며 조카들을 책임졌다.

조카 중의 가장 큰 원석이부터 시작해 6명의 조카가 이런 저런 이유로 동생의 신세를 졌다.

그런 아이가 이제 자기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하는 축복 된 하루인데 여기 앉아 있는 게 너무나 미안하다.

이제 한 남자를 만나 새로 시작하는 그 아이의 인생에 밝음이 가득하길 두 손 모아 기도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