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영어반의 종강 파티.

김 정아 2003. 12. 31. 00:48

12월 17일 수요일

영어반의 1학기 수업이 모두 끝나는 날이다.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수업을 안하고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10$이하로 준비해 간 선물을 교환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5분도 안 되는 식당이어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그 곳으로 향했다.

근처에서 유명한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는데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찬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선물 코너도 겸하고 old 스타일의 생활 용품들도 전시해 가끔 초등 학생들의 견학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내부엔 벽난로가 타고 있어 훈훈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 선생님 숑과 몇몇의 학생들이 와 있었다.

마리아(멕시코), 도리스(싱가폴), 크라우디아(스웨덴), 한국 친구들과 같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구미꼬가 들어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와 함성을 질렀다.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운동화 , 짧은 머리에 언제나 화장기 없는 얼굴로 전혀 치장을 안하고 다니는 구미꼬 였는데 오늘은 너무나 꾸미고 와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하얀 블라우스에 치마, 스타킹,높은 구두,어깨를 감싸는 숄, 그리고 화장까지 완벽하게 하고 온 구미꼬가 내게는 너무나 낯설고 어색해 보였다.

사람들의 함성에 구미꼬는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빨개졌다.

파티하는 날이라 신경을 쓰고 왔다는 것이다.

평소 구미꼬의 모습과 나의 모습은 별 차이가 없다.

나도 거의 맨 얼굴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오늘 구미꼬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도 가끔씩 화장도 하고 치마도 입고 가꾸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미꼬의 그런 모습이 예쁜 게 아니라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아무 상관 없는 내가 민망해 질 정도였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각자 가져 온 선물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번호를 뽑았다.

번호를 뽑아 앞 번호가 가지고 싶은 걸 가진다면 당연히 별 재미는 없을 것이고 뒷 번호를 가진 사람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규칙이 있다. 앞 번호가 가진 선물을 뒷 사람이 빼앗아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뺏긴 사람은 다른 선물을 개봉하던지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의 선물을 빼앗아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가 좋은 물건을 골랐다 해도 끝날 때까지 결코 자기의 물건이 아닌 것이다.

내가 개봉한 물건마다 탐이 났는지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가고 나도 남의 물건을 빼앗아 왔다.

가져오고 빼앗기는 것을 계속 한 후 마지막 사람 까지 끝난 다음 우리의 선물 교환은 끝이 났다.

난 예쁜 핸드백을 내 것으로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 교환한 선물을 기쁘게 받고, 그 동안 가르쳐준 숑에게 인사를 하고 1월 7일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고 sundown의 한 학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