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한국 여성은 자유가 없나요?

김 정아 2004. 4. 2. 03:42

어제는 학교가 끝나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집에 와서도 오랫동안 그 기분이 풀어지지 않았다.

 

전에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던 것처럼 2교시에는 한국의 의 생활에 대해 많이 나온다.

 

긴 지문이 나오고 김과 준이 미국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가정 내에서 남성의 역할 분담과,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나온다.

 

한국 내에서 여성은 매우 자유롭지 못하고, 집안의 청소와 아이들 돌보기, 요리 등은 전적으로 모두 여성이 맡고 있으며, 여성이 윗자리에 오르는 일이 매우 드물다고 나와있다.

 

예전의 상황보다 훨씬 여성의 위치가 나아졌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요즘 젊은 남편들은 육아와 가사에 아주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40대인 우리 남편도 김치 담그는 일을 무척 즐기며,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주 요리를 도맡아 하며 난 보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여성도 사회 다방면에서 능력을 인정 받으며, 남성 못지않은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상황이 얼마나 견고했으면 미국 책에 까지 그렇게 소개 될까 조금 씁쓸하긴 했다.

 

숀이 나에게 이 책에 나온 게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 사실이 나를 매우 우울하게 만들었다.

 

숀이 모처럼 나에게 한 질문인데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는 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며,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숀이 우리 한국인을 무시한다고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다.

 

그러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한국인치고 영어를 그런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영어를 잘 못하니 숀은 답답할 것이고, 말 잘하는 완타니나 구미코에게 묻는 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기분을 만회하고 왔다.

 

이곳의 큰 식품회사에서 일년에 두 세 번씩 우리 영어 반 사람들에게 작은 봉투를 만들어 건네주고 있다.

 

그 안에는 작은 치약이나, 스낵, 샴푸, 커피, 감기약 같은 것들이 들어 있어 회사의 홍보차원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오늘도 봉투 하나씩을 받았는데 예전에 없던 큰 씨리얼 완제품을 7개쯤 가지고 왔다.

 

인원은 40명이 넘는데 누구에게 나누어줄까 고민하던 숀이 퀴즈를 냈다.

 

맞추는 사람에게 상으로 주는 것이었는데 내가 문제를 맞추었다.

 

5월 마지막 날이 무슨 날이냐고 묻기에 메모리얼 데이라고 맞추어 많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씨리얼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2교시 예습을 하고 갔다.

 

준이 생각하는 미국의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나는 한국  학생들 이야기를 했다.

 

한국 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 까지 열심히 공부하며, 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어설프게 말했다.

 

더 나아가 "자원도 없는 조그만 나라 한국의 힘은 명석한 두뇌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도저히 내 힘으로는 불가능해 그만 두었다.

 

그래서 준이 생각하는 미국의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 교육이라고 말했다.

 

숀도 정말이냐며 다시 물었다.

 

몇 마디 영어로 기분은 다시 좋아졌다.

 

영어 한마디에 웃고 우는 나의 처지가 참 딱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