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시아인의 공통점, 남아 선호 사상

김 정아 2003. 12. 3. 00:14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영어 반 학생들끼리 자기 나라 음식 하나씩 해서 나누어 먹는 조촐한 파티의 자리를 마련했다.

음식을 덜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데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알았다.

올해 41세의 완타니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먼저 소리를 질러 축하를 해 주었지만 모두는 내심으로 다 걱정하고 있었다.

“너 정말 용감하다”라고 말은 했지만 노산인 그녀가 걱정되지 않을 리 없다.

그리고 노산임에도 한국인 의사를 찾아 진단을 받았다
는 소리를 듣고 우리 한국인들은 또 걱정을 했다.

그 의사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또 사실 우리 중 한 사람이 그 의사에게 갔다가 의사가 못 미더워 결국 미국 병원으로 옮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해주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가 간곡하게 돌려서 말해 주었다.

“네가 노산이어서 여러 면에서 힘들 것이다. 만약 네가 좋은 미국 의사를 원한다면 내가 추천해 주겠다”고 한 친구가 말했더니 필요하면 그때 가서 물어보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녀는 5학년과 6학년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

이제 다 키워서 달리 손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이다.

다 키워놓았으니 이제 한숨 덜고 자신의 일을 할 나이에 웬 고생인가 싶은 게 남의 일 같지 않게 심란해졌다.

난 그녀의 희망사항을 안다.

일본에 돌아가 공항에서 일을 하고 싶어했고, 일어 영어 태국어에 능한 그녀는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누구보다도 멋지게 일을 해 낼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희망사항이 임신이라는 사실과 함께 다시 꿈을 접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이 아파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완타니가 그 늦은 나이에도 임신을 감행하기까지 아시아인들 특유의 남아선호사상이 한몫 했음을 부인하진 못한다.

태국인인 완타니가 일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 남편은 장남이다. 딸 둘을 두면서 아들 하나 있어야 한다는 시부모의 압력이, 40이 넘고 미국까지 건너와 살고 있음에도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남아선호사상, 그 고질적인 사고방식이 능력 있는 한 여성을 집안에 가두려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해지며,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민족 전체에 두루 내재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 문화적 유사점으로 우리는 멕시코나 스페니쉬 계통보다 더 많은 친밀감을 지닌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완타니에게 “너 임신해서 행복하니?”라고 물었더니 “yes”라고 대답한다.

시부모도 임신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고 한다.

난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는데 완타니가 행복하다니 나도 맘껏 축하해 주기로 했다.

항상 눈이 초롱초롱하던 완타니가 요 며칠 수업시간에 계속 졸고, 힘이 없어보여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사실이 있었구나!

여하튼 완타니가 출산 때까지 건강하고 아무일 없길 바랄 뿐이다.


아래줄 제일 왼쪽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완타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