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나의 태국 친구, 완타니에 대하여.

김 정아 2003. 12. 3. 00:30

5월 13일 화요일

오늘 완타니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에서 점심으로 태국 국수를 먹었다.

완타니는 태국 아줌마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일본인이다.

완타니는 나의 연구 대상이다.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다.

그녀는 타이에서 4년 제 대학을(최고 일류대라고 짐작한다.) 나와 태국의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다 그곳에서 일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녀의 부모가 엄청나게 둘의 결혼을 말렸다고 했다.

나중엔 아버지마저 울면서 제발 그 결혼하지 말라고 완타니에게 사정하며 매달렸다고 한다.

사회 문화가 다른 곳에서 힘들게 살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부모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완타니는 그런 부모를 뿌리치고 사랑을 지켜 일본에 갔다고 한다.

일본에 가서 친구도 없고 외로워, 오로지 바느질하고 수놓고 옷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 동안 만든 옷과 인형, 십자수를 보여 주는데 가히 프로의 실력에 버금간다.

그러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일본에 산 지 7년밖에 안 되었는데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

한국사람들은 외국어 중에 그래도 일본어를 쉽게 여긴다.

우리말 어순과 비슷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를 일본에서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로 일본어를 택했었는데 항상 꽤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그러나 태국어와 일본어는 또 다르다. 태국은 한자가 없다.

완타니의 한자 실력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수준이라 스스로 말하는데 그 보다는 더 높은 것 같다.

그녀의 남편이 이곳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아서 작년 5월 이곳에 왔다.나보다 3개월 늦게 왔다.

이 부분에서 내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실 한가지가 있다. 그녀의 영어다.

발음은 부드럽지 않지만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영어 때문에 나는 처음에 그녀가 여기 산지 10년은 훨씬 넘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묻는 말에 언제나 막힘 없이 술술 이야기하며 자기의 견해를 밝히는데 도저히 1년 된 사람의 영어가 아니다.


문법을 배우거나 문제를 풀 때 간혹 선생님과 완타니의 답이 틀리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어김없이 완타니의 답이 맞다.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다 완타니가 말한 답으로 슬그머니 정정해서 말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오늘만 해도 beginner반에서 some, any에 대한 문제를풀었는데 사실 많이 혼란스런 부분이다.

모두 왔다 갔다 하는데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완타니가 고등학교 때 배웠다면서 some, any에 대해 명쾌하게 한마디를 하니 선생님은 네 말도 일리가 있다며 완타니의 말을 따랐다.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완타니의 영어를 더 알아준다.

어떻게 영어공부를 했냐고 물어도 특별히 공부한 게 아니라고 대답하는데 나는 아주 기가 죽는다.


혹시 다른 주에 있다가 이곳으로 온거냐고 물어도 자기는 태국과 일본에만 살았고 영어권 나라는 휴스턴이 처음이라고 한다.

혹시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느냐고 물었는데 자기 전공은 회계학이라고 한다.


아마도 일본에 살면서 열심히 영어를 학원을 다니지 않았을까 생각해도 어차피 한국이나 일본이나 영어가 일상어가 아닌데 그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를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영어까지 같이 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완타니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아마도 천재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

영어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회, 문화, 역사에서도 남다른 지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사회 전반적인 것에 대해 물어도 완타니는 주저함이 없이 이야기를 잘 해준다.

그렇게 아는 것이 많은데도 완타니는 절대로 거만하지도 않고 잘 난 척 하지도 않는다.

항상 조용히 남의 말을 듣고 있다가 자기의 순서가 되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내성적인 것 같으면서 항상 당당하다.

그녀의 남편과 나의 남편이 해외주재원이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질 수 있었다.

매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부하고, 그녀나 나나 언제가 한국으로, 일본으로 돌아 가야하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아침마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눈다.

완타니에게 여러 가지 배워야 할 게 많음을 느끼면서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