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한국 아이들은 다 똑 같아!

김 정아 2003. 11. 21. 01:08

오늘 성당에서 나연이 반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첫 영성체 반인데 선생님은 미국인이다.

그래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나연이에게 선생님이 질문 할 때 아는 것이 있으면 손 높이 들고 크게 대답하라고 말해주었다.

집에서 크게 성서공부나 종교교육을 시키지 않아서인지 질문 내용은 이해하는 것 같은데 대답은 그리 잘 하지 못했다.

성당 일에 적극적이고 믿음이 강한 부모의 아이들은 묻는 것 마다 열심히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는 말이 맞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같이 영어 미사에 들어갔다.

성당의 규모가 작아서 어른미사 보는 시간에 아이들은 교실에서 종교교육을 받고 어른미사가 끝나면 아이들만 따로 미사를 보게 되어있다.

내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미사를 보는지 궁금해 아이를 따라 들어갔다.

한시간 동안 학생 미사를 보면서 너무 실망스러웠고,화가 났고, 당황스러웠다.

가장 진지하고 엄숙해야 할 시간에 아이들에게서 어떤 장엄함도 진실됨도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화장실 간다고 성당 안을 수시로 뛰어서 나다니고, 다 큰 고등 학생들도 앞뒤를 돌아보며 잡담에 빠져 있고, 심지어 앞에서 미사 해설을 하는 학생들조차 웃어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그런 아이들을 통제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국 아이들은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절제할 줄 모르는가 싶은 생각이 들며 확 짜증이 솟았다.

오랫동안 교직에 있으면서 한 해 한해 아이들의 달라지는 모습을 감당하기 힘들었었다.

가장 진지해야 할 수업시간에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수가 해가 갈수록 적어지며 ,수업의 質을 논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수업시간에 거칠어진 아이들을 장악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자조적으로 “실력이 없어서 못 가르치겠단 소리가 나오면 그래도 다행이다. 이건 아이들 통제하기가 힘들어 못 가르치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하며 한탄하며 꼭 한숨을 내쉬곤 했었다.

10년 넘는 우리들이 이런 고충을 말하고 있을 때, 갓 부임한 신임 교사 누가 수업에 들어가 울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교직을 떠난지 1년하고 8개월, 한국의 학생들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나연이반 주일학교 선생님입니다.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주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