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초조한 마음으로 우편함을 오가며,

김 정아 2003. 10. 29. 05:31
10월 1일

매 6주가 지나면 그 동안 공부하고 시험 보았던 성적표가 집으로 온다.

나연이야 이제 2학년이니 잘 보아도, 못 보아도 그다지 중요할 것이 없다.

지난 주에 나연이 성적표가 왔는데 모든 과목이 제법 점수들이 높았다.

그리고 이번 학년은 한 번도 E S L 클래스에 안 갔기 때문에 일반 미국 애들과 똑 같은 상황에서 공부하고 시험 본 내용들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E S L 클래스에서 빨리 나온 것 같다.

앞으로 읽기나 쓰기 말하기 등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E S L 클래스에 부르겠다는 편지와 함께 성적표가 왔는데 나름대로 대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석이 성적표는 우편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우편함에 다녀왔다.

오늘 드디어 성적표를 받았다.

다행히 내 기대 이상으로 점수를 잘 받았다.

E S L 한 과목이 89점이고 나머지는 모두 90점 이상을 받았다.

이곳의 중학교는 전 과목 수준별 수업이다.

아카데미(보통 반), Pre-AP(우수반)로 나뉘는데 원석이는 모든 과목 보통 반이다.

보통 반에서 90점 이상이 그다지 자랑할 거리는 아니지만,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 대견스럽다.

작년에 농담으로 아이에게 우리 원석이는 언제쯤 시험보면 100점을 맞을까? 했더니 엄마 1년만 기다려요 했었는데 얼마간 약속을 지킨 것 같다.

결과보다는 아이는 항상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너무나 소심하다 보니 숙제는 언제나 집에 오자 마자 해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어느날 숙제가 있는데 너무 어렵다며 아빠한테 빨리 와서 숙제를 도와 달라고 한다.

남편은 점심도 못 먹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저녁 먹을 시간도 주지 않고,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주지 않고 아이는 숙제부터 내 밀었다.

오랜 시간 과학을 풀다가 몇 문제를 못 풀어 남편은 미안해 하며 이 숙제 내일까지 내야 하는 거지? 했더니 이틀 후에 내는 거라고 했다.

화가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여하튼 내년의 아이 목표는 수학과 과학 과목이 Pre-AP반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난 아이의 성적표를 보고 또 보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