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한국에서 온 원석이 친구.

김 정아 2003. 12. 23. 01:28
12월 5일 금요일

이번 월요일 새벽 서울에서 남편 친구 딸이 와서 일주일간 머물고 있다.

원석이와 같은 나이인데 원석이보다 15일쯤 늦게 태어났다.

난 그 아이를 4살 때부터 보아왔다.

처음으로 본 게 두 가족의 여름 휴가 때 였을 것이다.

바닷가로 휴가를 갔는데 두 아이 모두가 모래 사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징징거렸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이후로 자주 만났기 때문에 커 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것도 보았고, 3학년을 마칠 때가 한국에서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가 아빠 출장 길에 같이 오게 되었는데 1년 10개월이라는 시간 앞에 너무나 커져 있었다.

원석이보다 무려 한 뼘 이상이나 키가 컸다.

두 아이는 처음엔 너무 쑥스러워 했다.

쥬리가 심심할 것 같아 동네 한 바퀴 산책 하고 오라 했더니 원석이는 저만치 100m 쯤 앞서가고 쥬리는 뒤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데 아이가 우리 생활에 적응 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 후 게임보이나 인터넷 게임을 다운 받고 까는 걸 같이 하더니 금방 예전처럼 친해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심심하지 않았을텐데 어른인 나하고 놀기도 따분했을 것이다.

나랑 같이 컴퓨터 학원도 가고, 나연이 학교도 같이 가서 구경하고, 집에 가져 갈 선물도 사면서 시간이 지났고 오늘은 원석이 학교의 참관 수업을 하기로 했다.

외국 아이가 참관 수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남편이 여러 경로를 통해 허락을 받고 오늘 아침 원석이랑 학교로 향했는데 발걸음이 무거워보인다.

영어를 모르니 자신감도 없고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안 가겠다는 아이여서 보내면서도 걱정이 좀 되었는데 갔다 와서는 좋았다고 말해 안심이 되기도 했다.

미국 여학생 두 명이 옆에서 하루 종일 같이 행동하며 여러 모로 도와 주었는데 말이 안 통해 너무 답답했다고 한다.

여기 오면서 해 가야 할 숙제를 모두 푼 것 같다.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가 이제 한국에 돌아가 영어를 열심히 하겠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학기 중에 여기 온 보람을 충분히 느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래 사진은 쇼핑몰의 그림센터에서 찍었습니다.
여러가지 석고에 기본 틀이 있는데 그 중 골라서 자기가 원하는 색을 칠하는 것이었습니다. 쥬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