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아이들의 작은 연주회와 H.E.B 견학

김 정아 2003. 10. 3. 04:46

6월 8일 일요일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회가 있었다.

피아노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일년에 한 번 모두 모여서 작은 발표회를 열어 실력을 뽐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다.

일주일 전부터 작은아이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드레스를 입어보고 하얀 구두를 신어 보며 너무나 기다렸다.

반면 큰 아이는 평소의 성격대로 긴장하고 떨려하며 연주회를 안 하고 싶다고 불안해했다.

그간 열심히 연습해서 오늘 피아노 선생님이 성가 반주를 맡고 있는 미국 교회에 갔다.

미국 아이들, 인도 아이들, 그리고 한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왔다.

연주에 참석하는 15명쯤 되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까지 합치니 꽤 많은 인원이 예배실을 채웠다.

여자아이들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남자아이들은 하얀 와이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 왔다.

많은 박수소리와 함께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항상 당당한 나연이도 생긋생긋 웃어가며 열심히 쳤고 불안해하던 원석이도 실전에 강한지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피아노를 잘 마쳤다.

그리고 원석이와 선생님의 클라리넷과 피아노 협주도 잘 끝냈다.

이제 클라리넷 배운지 두 달이다.

두 달밖에 안되었는데 생각 외로 너무나 훌륭하게 연주를 했다며 사람들이 많은 칭찬을 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한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꽤 만족한 얼굴이다.




6월 10일 화요일
오늘은 학교에서 단체로 H. E. B견학을 갔다.

슈퍼는 대체로 월마트를 이용했었는데 과일과 채소가 신선하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애용하던 곳이다.

학교에 도착해 각자 차로 이동해 영어 그룹과 스페인어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매니저를 따라 다니면서 식품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영어그룹은 당연히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고 스페인어 그룹은 중남미 사람들이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과일과 열매들과 채소들을 구경하는데 영어가 되는 사람들은 이해해가며 궁금한 점은 질문도 해가며 귀를 기울이는데 못 알아들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와인 코너가 얼마나 넓고 종류가 많은지 ...

각 나라와 미국 각 주의 와인이 전시되어있고 와인 매니저는 와인과 참 잘 어울리는 깔끔한 이미지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돌며 시식도 하고 설명도 들었지만 나는 도움 받은 게 별로 없다.

여기까지 와서 항상 한국식만 고집하는 것보다 이들의 음식을 알고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도대체 바비큐 소스하나만도 몇 십 종류가 넘고 샐러드 소스만도 엄청나게 많은데 고르는 방법을 알 수가 있어야지.

못 알아듣는 말 한국 사람에게 자꾸 묻는 것도 미안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2교시 수업은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지나 버려 수업을 못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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