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햄스터와 함께 즐거운 주말을....

김 정아 2003. 10. 16. 05:29

오늘 도서관 자원봉사를 끝내고 나연이 교실에 가서 햄스터를 받아왔다.

나연이 담임선생님은 교실에 햄스터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그 햄스터를 평일엔 교실에 두고 매주 금요일마다 순서를 정해 아이들이 가져가서 돌보다가 월요일이 되면 다시 학교로 가져 오는 것이다.

오늘 드디어 나연이 차례가 되어 바렌티어를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교실에 들러 가지고 왔다.

애완 동물들을 사람만큼이나 사랑하는 미국 사람임을 알기에 차에 태우고도 얼마나 조심스럽게 운전했는지 모른다.

특히 미국 사람들이 강아지를 대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정성이 대단하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도 비슷해 지는 것 같다.

강아지를 사면 강아지 이름과 함께 동물센터에 등록을 해야 하고 매번 예방 접종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사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개가 어디가 아프더라도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동물 학대 죄로 고소 당한다.

어린 아이 키우는 것 만큼 돈도 든다.

아는 사람의 개가 귀를 긁기에 병원에 갔더니 약을 주면서 100불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

자궁 수술이나 정관 수술의 경우도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가 개를 위한 보험도 있다고 한다.

서민이네는 보험이 있어 수술할 때 70불만 내면 된다
고 좋아하기도 했다.

물론 자기가 어떤 보험에 들었느냐에 따라 병원에 내는 자기부담금도 달라진다.

가영이네 집 개가 눈이 빨개져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하라고 해 180불을 들여 수술을 해 주었다고 한다.

"내가 눈이 빨개졌으면 안약 넣고 말았을 건데 수술까지 해 주었다"며 가영이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개가 나이가 들어 죽어가려고 했을 때 집에서는 차마 죽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임종을 지켜주는 전문센터에 맡기기도 한다고 한다.

죽기 며칠 전 연락을 하면 데려다가 돌보고 있다가 죽는 마지막 날 가족 들에게 연락을 해 가족들이 그 곳에서 함께 임종을 지킨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화장을 하던지 아니면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 묘지를 쓰기도 한다고 하니 감히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이웃집의 개가 죽었을 때는 조문 카드를 보내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에 목숨 걸 만큼 다정한 사람들이 사람 목숨은 함부로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갈 때도 있다.

아이들을 뒤에 싣고 운전할 때면 가끔 운전을 잘 못한다고 내게 불평을 한다.

"엄마, 제발 회전할 땐 속도를 좀 줄여보세요. 맨날 넘어지려고 하잖아요".가 큰 아이의 주된 불만 사항이다.

그래서 천천히 운전을 해 슈퍼에 도착해서 한참 망설였다.

'케익 하나만 사면 되는데 차 안에 놓고 갈까?' 하다가 혹시 경찰 눈에라도 띄면 뜨거운 차 안에 애완 동물 방치 했다고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아 무거운 햄스터 상자를 들고 카터에 태워 슈퍼에 같이 들어갔다.

부모 손을 잡고 슈퍼에 따라온 작은 아이들은 햄스터를 보더니 너무 귀여워하며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이번 주말은 햄스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