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드디어 텍사스주의 운전면허증을 내 손에...

김 정아 2003. 9. 20. 00:50

4월 12일 금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깨지도 않은 아이들을 들쳐업고 과장님 댁에 맡기고 운전면허 시험장에 갔다.

어제 집에 늦게 돌아오면서 "내일 아침 면허시험 보러 갈 거니까 준비해"였다.

아니 갑자기 내일 면허시험.? 순간 당황했지만 하늘같은 남편에게 찍소리 한마디 못했다.

여기 와서는 남편한테 많이 양보하고 많이 존중해 준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한국에서야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 같이 말대꾸하고 그러다 많이도 싸웠는데 큰 일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니 다툴 일도 없다.

7시에 도착해 접수하고 9시 시험이다.

다른 곳에 가서 평행주차 연습을 해보았는데 왜 이리 안 되는 거야?

남편은 차 밖에서 이것저것 코치하며 열심히 가르쳐 준다.

저 성의를 봐서라도 꼭 붙어야 되는데.

바쁜 시간 쪼개서 힘들게 왔는데 떨어지면 미안해서 어쩌지?

시간이 되어 시험장에 가서 라이트 브레이크 등 기본 점검을 끝내고 평행주차 선에 갔는데 백인 할아버지 시험관이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문 열고 나가 버린다.

아니 뭐야? 시도도 못하고 나 떨어진 거야?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남편과 이야기한다.

옆에 다른 시험관 차가 지나가는데 내가 안보고 그냥 갔다나?

기가 막힌다.

한 바퀴 돌아보고 떨어지면 덜 억울하지.

시작도 못해보고 이렇게 떨어지면 나 어떡해?

바쁜 남편은 어떡해?

백인들이 깐깐하다더니 내가 운이 없어서 저런 사람을 만났어.

나 떨어진 거야 괜찮은데 남편 실망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속상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재 접수를 하고 오후 2시 30분 것을 받았다.

제발 이번에는 붙어다오.

휴스턴 공항에 갔다가 부랴부랴 시간 간신히 맞춰 시험장에 도착했다.

제발 아까 그 할아버지만은 내 옆에 타지 말게 하소서.

아싸! 필기 시험 볼 때 만났던 아량 있어 보이고 너무나 착하게 생긴 흑인 아저씨가 내 차에 올랐다.

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평행주차가 문제이긴 했지만
마음이 많이 차분해져 있었다.

연습할 때는 그렇게 안 되던 평행주차가 한번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주차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은 떨려서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더니 뭔가 될 것 같다.

시험장 주변 한바퀴를 별 무리 없이 돌고 오니 남편을 부르며 "pass"라고 한다.

너무 기분이 좋아 시험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땡큐를 연발했다.

남편이 너무 좋아하며 가볍게 안아준다.

휴스턴에 와서 해야 할 모든 일을 마친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다.

면허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돌이 얹힌 것처럼 무거웠는데 오늘밤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잘 수 있겠네


김정아! 드디어 휴스턴 운전면허취득!

※한국은 시험 전용 차량이 있지만 이곳은 자기 차를 가지고 가서 그 차로 시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