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로데오 경기를 보고.

김 정아 2003. 8. 6. 00:37
2002. 2월 28일

남편이 출장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남편의 출장이 곧 나의 휴가여서 맘놓고 좋아 할 수 있었는데 여기 와서는 상황이 달라져 버렸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남편이 없으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비상상태에 내가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이곳에서 맞는 남편의 첫 출장이라 많이 불안하다.

총기 사건이 많다하여 문단속을 잘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정말 여기 와서 놀랜 건 현관문의 시건 장치이다.

한국은 현관문 단속이 꽤 치밀한 편인데 여기는 안에서 잠그는 것 단 하나 뿐이고 보조 자물통도 없다.

여기는 남의 현관문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경찰에 신고 할 수 있는 죄목이 된다고도 하니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고는 한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다.


2002. 3월. 2일
토요일이다.

한국은 오늘도 근무하는 날이지?

남편이 이렇게 한가하게 쉴 수 있는 게 얼마 만인가?

항상 바쁘게 살았던 남편에게 이런 한가한 시간이 주어져서 더 행복하다.

여기 온지 처음으로 꽤 먼 휴스턴 교외까지 나가 보았다.

출장오신 분들과 함께 로데오 경기장에 갔다.

말로만 듣던 로데오 경기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거대한 돔 광장에 커다란 스크린으로 중계를 해주고 사람들은 이기는 자에게 많은 박수를 쳐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고 카우보이들은 말을 로프에 잡아 메고 있었다.

그리고 로데오 경기가 끝나자 대형 돔 구장이 삽질 몇 번하더니 바로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케니 로저스의 공연을 보았다.

이제는 많이 늙어 버렸지만 목소리만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한국에서야 불가능한 일을 이렇게 쉽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황홀하다.

너무나 차가운 휴스턴 바람에 몸이 많이 얼어 버렸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2002. 3월 4일
원석이와 나연이가 드디어 학교 곳을 가는 날이다.

긴장을 했는지 학교 가야 된다고 깨우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나연이는 킨더 가든에 원석이는 4학년 2학기에 입학한다.

아빠는 출장관계로 아이들 학교에 데려가지도 못하고 김 과장님이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

학교 가는 날은 김치나 된장찌개 먹으면 냄새난다는 소리를 듣고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아이들이 그래도 참아가면서 다른 반찬들과 밥을 비웠다.

토종 한국 아이들이 김치 안 먹고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점심도 햄버거를 먹었다면서 두 아이는 오자마자 김치에 밥을 찾는다.

나연이가 처음 교실에 들어가면서 울먹거렸단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는데 학교가 파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미국도 좋은 친구들 많아"라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잘 적응해서 영어도 잘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킨더가덴: 한국의 유치원과정이지만 여기서는 의무 무상교육입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전의 1년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