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2일
골프 연습장에 가려고 골목을 나가려는데 베네주엘라 아줌마 멜리다가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내려서 보니 자전거 두 대가 차 밑에 끼어서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다.
멜리다는 나를 보더니 너무 반가워하면서 자기를 좀 도와 달라고
한다.
자전거 두 대가 차 뒤에 있었는데 못 보고 후진하다가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차 밑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무리 아줌마들 팔뚝이 굵다 한들 둘이서 자전거를 끌어내려 안간힘을 써도 두 대의 자전거가 서로 얽혀 꼼짝을 안
한다.
멜리다 옆집의 멕시코 아줌마까지 가세를 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난 멜리다에게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
남편에게 전화하라고 했더니 그 남편은 두 달 일정으로 러시아 출장 중이라고 한다.
저전거를 분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멜리다는 연장통을
가지고 나오더니 다시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 처음 써본다는 드라이버인지 뭔지를 막무가내로 돌리고 있었다.
어찌 어찌하더니 자전거가 분해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다시 힘을 합쳐 드디어 자전거를 차 밖으로 끌어 낼 수 있었다.
우리는 농담으로 아줌마들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눈치가 없다느니, 무식하다느니, 용감하다느니 곧잘
아줌마들을 희화해서 말한다.
그 안에 들어있는 생활의 지혜와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들까지 간과 당하곤 한다.
한국
아줌마들뿐만 아니라 베네주엘라 아줌마도 우리 못지 않게 지혜롭고 영리하다는 걸 오늘 멜리다를 통해 알았다.
아마 나였더라면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운전 안하고 남편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한 번도 안 해 본 나사를 풀겠다고 드라이버를 쓸 생각도 안 했을 텐데 ,더군다나 차 밑을 기어 들어가는 일은 도저히 생각도 못
했을 텐데...
멜리다는 너무 기뻐 나를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하고 난리였다.
용감한 멜리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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