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13일 수요일
오후에 성호경을 긋고 진지하게 하느님께 고맙다는 기도를 했다.
난 운전하기를 참 싫어한다.
미국 생활에서 운전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싫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의무감으로 ,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쇼핑을 할 때도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를 타고 다녔고, 출근을 할 때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오랫동안 기다려 버스를 타고 다녔다.
오늘 아이들을 태우고 구몬에 가는 길이었다.
앞차가 너무 느려 옆 차선으로 바꾸려고 방향을 트는 순간 경적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대었다.
깜짝 놀라 차선을 바꾸지도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있는데 거울에 빨간 차가 보이는 것이다.
완전한 사각지대에 빨간 차가 있었는데 못 보았던 것이다.
속도는 45마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차가 경적 울리는 것이1초라도 늦었더라면 아마도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사태를 파악하고 나니 너무 끔찍해 온 몸에서 땀과 소름이 돋고 있었다.
거칠게 뛰는 마음을 진정하고 구몬에 도착해 아이들을 내려놓고 여느 때처럼 집에 가 저녁 준비를 하려고 후진하다가 뭔가 ‘퍽’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몸이 앞쪽으로 밀렸다.
‘아, 하느님 맙소사!’
결국은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후진하다가 남의 차와 부딫힌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미국 아줌마도 나와서 난감하게 서 있었다.
둘 다 후진하다 서로의 차를 못 본 것이다.
다행히 두 차량의 범퍼 부분에 페인트칠이 약간 벗겨진 것 말고는 이상이 없었다.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정도면 다행이라 싶어 “네 차를 못 보았다”라고 했더니 “너 괜찮니? 서로 이상 없으니 그냥 가자”해서 우리는 서로 “you have good day" 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정신이 없었다.
태평양 신자인 내가 신께 너무 고마워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이만큼만 놀라게 해주어 감사하고, 미국 땅에 살아가면서 오늘 일을 액땜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돌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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