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병원 가기 너무 싫어!

김 정아 2005. 6. 14. 01:42

2005년 6월 13일 월요일

 

2년 반 전, 고막 재생 수술을 한 이후로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
병원에 가는 일이 이곳 생활 중에 가장 싫은 것 중의 하나이다.
말도 안 통해 예약 며칠 전부터 긴장이 된다.
처음 몇 번은 남편을 대동하고 다녔지만 하루 24시간으로도 모자라는 남편에게 매 번 같이 가자고 할 수 없어 혼자 다니고 있다.

 

3개월 전에 예약한 병원 가는 날이 오늘이다.
이른 아침인 9시 40분이고 작은아이의 수영 레슨 가는 시간과 겹쳐 작은아이는 다른 집에 잠을 재우면서 수영 가는 것까지 친구에게 부탁하고 갔다.

 

도착해 한참동안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닥터 니콜은 오늘 아침 수술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니콜의 환자들은 다 돌아가야 했는데 영어 잘 하는 미국 사람들도 아무런 항의 한 마디 없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당연히 병원 측에선 사전에 날짜를 다시 잡으라고 전화를 해 주었어야 했고, 니콜의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즉시 상황 설명을 해 주고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주었어야 했을텐데 이런 저런 이야기도 없이 차례까지 기다리게 해 놓고 그 때서야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다음 주에 날짜를 다시 잡으라고 했는데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가 없을만큼 내 귀는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는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나선 길이었다.
그래서 휴가를 가게 되었으니 다음에 내가 전화해서 예약하겠다고 하고 와 버렸다.

 

미국 병원이 이해가 안 될 때도 많다.
예약 시간은 몇시 22분, 36분, 47분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받으면서 어떤 때는 2시간 30분이상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정말 의사 얼굴만 보고 병원 문 닫는 시간이 되어 버려 다음 날 다시 간 적도 있었다.

 

오늘도 아이까지 다른 집에 맡겨가며, 출근 전쟁을 치르듯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며, 어렵게 새로 옮긴 사무실 찾아서 갔는데 허탕치고 와서 기분이 너무 나쁘다.

 

 

*열 살 된 작은 아이입니다. 자기 방에서 조용히 있으면 아직도 십중 팔구 뭔가 문제를 저지르고 있답니다. 어제도 성당갔다 조용하기에 살짝 들어가 보았더니 얼굴에 온통 분장을 하고 혼자 놀고 있더군요.

윗 사진은 삐에로 얼굴이고, 아래는 치타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