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쟈넷 선생님은 도서관에 공부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속한 나라의 국기를 인터넷에서 뽑아 수업 자료로 들고 오셨다.
우리 반에 있는 러시아, 이란, 대만의 국기와 그 외 여러 나라들의 국기가 보였지만 우리 반에서도, 우리 도서관 전체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국인의 국기인 태극기는 보이지 않았다.
태극기가 없다고 불만인 어조로 말하자 쟈넷은 크게 당황하며 종이 한 장을 내 주더니 이 큰 종이에 가장 크게 그리라고 하셨다.
종이를 받아 들긴 했지만 건곤이감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학교 다닐 적에는 시험도 봤고, 태극기 그리기 행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 무심하게 흘려온 지난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한국인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간신히 그려냈는데 이제 그 뜻을 물으신다.
우리는 "건곤이감의 상징이 뭐였지요?" " 빨강과 파랑이 상징하는 것이 뭐였지요?" 서로 질문만 많았지 대답이 없었다.
우리는 간신히 사전을 찾고 머리를 맞대 설명을 하긴 했다.
태극기를 제대로 그리지도 못하고, 뜻을 명쾌하게 설명하지도 못해 얼굴이 너무나 화끈거렸다.
쟈넷이 태극기를 뽑아오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보다 내가 태극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게 더 부끄러웠다.
한국인인 내가 내 나라를 잘 알지 못하는데 남으로부터 대접만 받으려 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공부가 끝난 후 월마트에 갔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돌아 나오려는데 순식간에 내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다시 돌아보니 한복을 입은 바비 인형 같은 것이었다.
25주년 기념으로 각 나라 공주 옷을 입은 인형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인터넷 뉴스에서 읽은 적이 있는 인형이었다.
생각보다 한복의 질이 좋거나, 인형 자체가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20불 가까이 하는 그 인형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가지고 놀 사람도 없고, 더 필요한 사람이 사가도록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냥
돌아왔다.
이왕 만들 것 좀더 예쁘게 만들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열외 취급을 당해 왔는데 그나마 그 대열에서 빠지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로 나온 'doll of the world' 인형인데 아래 두 인형의 나라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다음에 월마트에 다녀오면 잘 기억했다 알려 드릴께요. 사진 찍는 것도 왕초보라 조명이 번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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