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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지어 , 이제 안녕!

김 정아 2025. 3. 28. 06:06

2025년 3월 27일 목요일
 
나는 봄꽃으로 백목련과 프리지어를 참 좋아한다.
한국에 살 때는 백목련의 절화를 팔지 않으니 나무에 있는대로 감상하고, 프리지어는 가끔 사다가 꽂아 놓고 봄을 나기도 했다.
한국의 봄철은 프리지어가 참 흔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찾기가 너무 힘들다.
우연히라도  프리지어가 만나지지 않아 그런가 보다 했다가 올해는 갑자기 화병에 꽂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월초부터 꽃집을 일부러 다니면서 프리지어를 찾는다고 했는데 ,자기네 가게는 프리지어를 취급을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가게에서 화요일과 목요일에 꽃 트럭이 오니 한 번 와 보라고 했고, 발렌타인데이 근처에는 자기네가 오더를 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그 꽃집을 출근 도장 찍듯 다녔었다.
그런데 갈 때 마다 안 왔다고 하는 것이다.
프리지어 한 번 보겠다고 두 달 넘게 정성을 들였는데 이제 그만 하려고 한다.
목요일인 오늘 한 번만 가 보고 이제 없으면 미련을 다 접으려고 마음 먹고 갔는데 역시나 프리지어는 입고 되지 않았다
그 가게를 나서면서 "이제 그만하자, bye" 하고 나왔다.
 
프리지어는 20대 한 시절의 추억을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꽃이다
88년 2월에 졸업을 하고 3월에 포천의 한 고등학교로 발령이 났었다.
교원적체가 엄청 심했을 시절에, 그 때는 깡촌이었던 포천으로 발령이 났어도 기쁘기만 했었다.
어리버리했던 초임 교사 시절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 날부터인가 키가 크고 호남형으로 생긴 총각 선생님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컴퓨터 수리기사인가 했는데 남학생 반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생님이 내 맘속에 아주 크게 자리하기 시작했고 , 누구한테 말 한마디 못하고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지아 한 다발을 샀다.
아침 일찍 출근해 그 선생님의 책상에 꽃아두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꽃은 내 책상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다 그 선생님은 결혼을 하고 그 후에 2년 쯤 후던가 나도 결혼을 하고 그 학교를 떠나왔다.
프리지어를 보면 그 시절 나 혼자만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추억이 아니더라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프리지어는 나에게는 '사랑'이다.
 
*정말 어렵게 프리지어 한 다발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오래 되어서 그런지 꽃이 시들었고 꽃대도 아주 가느다랍니다.
돈을 지불하고 살만큼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시든 꽃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7불이었습니다.

 
*확대해보니 프리지어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