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세 아이가 다녀갔다

김 정아 2024. 6. 3. 04:23

2024년 6월 2일 일요일

 

아들의 자동차는 텍사스로 등록이 되어 있다.

사서 처음 2년간은 자동차 점검을 안 받아도 되는데 올해 3년째부터는 인스펙션을 받아야 하는데 텍사스에서 받아야 한다.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아들은  차 인스펙션을 받아야 해서 차를 운전해서 집에 왔다가 6일 전에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갔다.

8주간의 수술을 끝내고 1주간은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리서치를 하기 때문에 약간 휴가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개를 데리고 와서 5일 정도 집에서 머물다 갔다.

아들이 집에 오면 난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하다.

 

밥도 해 놓고 설거지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걸로 알고 부엌에서 행주를 손에 놓지 않고 쓸고 닦고 한다.

회가 먹고 싶다고 해 아들이 남편이랑 둘이 가서 회를 떠 오고 나머지 생선 뼈를 가지고 왔는데 그것을 어떻게 매운탕을 끓일까 고민을 했다.

괜히 뼈를 가지고 오라고 했나? 저걸 버려야지 내가 어떻게 매운탕을 끓여하면서 냉장고를 뒤져봤는데 이미 아들이 매운탕을 끓여 놓았다.

그런데 그 맛이 음식점 매운탕보다 맛이 있어 입맛 까다로운 남편도 한끼를 먹었다.

아들은 가기 전에 온 집안을 정리하고 개 털이 빠진 것을 몇 번이고 청소기로 밀어놓고 깔끔하게 해 놓고 떠났다.

 

그리고 4일 후에 딸 아이 부부가 왔다.

딸이 가까운 도시에서 있는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서다.

텍사스와 루이지에나 주의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1년차들의 모임이었는데 병원에서 비행기표와 숙소와 식비를 지불해주었다.

컨퍼런스에서 내시경을 목 안에 안전하게 집어 넣는 시험이 있었는데 30명이 넘는 인원 중에 20 몇 초로 1등을 해서 상품도 타 왔다.

앤드류는 자기 와이프가 1등을 했다고 완전 흥분해서 좋아했다.

 

친정엄마 말씀이 딱 생각나는 상황이다.

딸아이의 성질이 너무 급하고 불 같아서  저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한테 하소연도 많이 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러셨다

" 니가 욕봐서 어쩐다냐, 그래도 어쩌겄냐? 성질은 사나워도  똑 부러지게 지 할일은 다 하지 않냐? 니가 봐줘야지 어쩌겄냐"하면서 엄마도 나 힘든 것을 생각해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한숨을  감추지 않으셨다.

 

나는 우리 앤드류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엄마 아빠한테 부리던 성질을 지 남편한테 안 부리지는 않을텐데 그것 다 받아주고 큰 소리 낸 적이 없다니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

 

딸 아이 부부는 1박 2일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이틀 우리 집에서 머물다 오늘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며칠 간 아이들로 인해 북적거렸던 집안이 이제 다시 절간처럼 고요해졌다.

 

*오던 날 공항에서 내려 바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딸아이를 사진으로 보면 이렇게 순하게 생겼습니다. 제가 나연이 성질 불같고 따듯한 면이 없다고 하면 친한 친구들조차 믿지 않습니다.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상품을 가져왔습니다. 돈도 많은 의사협회에서 1등 상품이 겨우 이거냐고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ㅋㅋ

 

*아들은  이번에도 뭘 잔뜩 사다 놓고 갔습니다. 제가 요즘은 스타 벅스 컵을 모으고 있는데 컵을 정리하라고 저런 둥근 쟁반을 사다 주었습니다.

제가 딸아이 시집을 가던 날에도 아쉽거나 서운한 마음이 1도 없었는데 아들이 결혼을 하면 서러울 것 같습니다.